[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 선거가 1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국정지지율은 10% 전후로 떨어지고 곳곳에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이 관측되는 시기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역대 어느 대통령도 보이지 못한 30%를 상회한다. 그럼에도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지배적이다.
당장 30%대 지지율이 오해를 불러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과거와 달리 30%선이 안심할 수준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판단의 바탕에는 정치의 팬덤화가 이뤄지며 보이는 골수 지지층의 결집현상을 반영한 수치라는 해석과 민주화 세대가 주류계층으로 올라서며 사회가 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며 이념적 균형점이 이동했다는 해석이 공존한다.
특히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레임덕은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0%를 웃도는 지지율에 대해서도 “중도층이 모두 빠져나간 결과”라며 “사실상 골수 친문(친문재인)만 남은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30%라는 지지율은 사회변화에 따른 숫자일 뿐”이라며 안심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레임덕의 가속화를 불러올 단초는 오는 7일 치러지는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 결과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그는 “만약 서울시장 자리를 빼앗길 경우 레임덕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지금 상황으로는 민주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모두 야당에게 뺐길 것으로 예상돼 레임덕은 기정사실에 가깝다”고 내다봤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민주당이 서울을 잃으면 이낙연 위원장도 함께 추락할 것”이라고 봤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이자 직전 당 대표이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으로 현 정권과 재보궐선거에 운명이 얽힌 공동체인 만큼 점점 어려워지는 대권행보에 더욱 큰 장애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현재 범여권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는 오히려 좋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민주당과도, 선거와도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며 본인의 정치와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며 중도 중심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의 추락은 대안을 찾아야하는 민주당 지지층들에게 빛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박 교수의 관측은 일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당장 ‘탈문재인’ 기류를 내비치는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모습들이 내비치고 있다. 당장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들이 속속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부족함을 토로하거나 사과하고 정책전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거유세 현장에서는 직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와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도, 문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인연을 강조하는 이력이나 문구도 모두 사라졌다. 박 후보의 유세점퍼에는 당명조차 사라졌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당명조차 적혀 있지 않은 유세점퍼를 입고, 유세 땐 문재인의 문자도 언급이 없었다. 공약도 마찬가지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부동산 투기근절을 목적으로 한 전체 공직자 재산등록 요구에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분위기다. 탈원자력 정책을 주도한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급들 사이에서는 신설되는 ‘에너지 전담 차관직’을 맡는 것을 기피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서울시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시절 임명된 간부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내부 정책전문가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차기대선주자들의 경제자문 역할을 자처하며 줄서기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들도 들린다. 반면 대통령 임기의 끝이 다가올수록 청와대의 빈자리는 늘어나는데 자리를 채우려는 이들은 없어 인사난맥에 따른 공무원 내부승진과 자리이동이 주를 이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두고 배준영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31일 논평을 통해 “난파선에서 탈출하는데 무슨 의리를 따지겠느냐”며 “정부 국무위원이었던 박 후보가 자신만 살아보겠다며 현 정부와 여당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4월 7일로 예상된 레임덕의 시작이 박영선으로부터 벌써 시작됐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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