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몰래 나를 따라온다 …'스토킹 처벌' 제대로 가능한가요?

누군가 몰래 나를 따라온다 …'스토킹 처벌' 제대로 가능한가요?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사건' 계기 사회적 관심... "대책 세워라" 목소리

기사승인 2021-04-06 17:24:48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씨가 4일 오후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대학생 A씨(24·여)는 지난해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과 협박을 당했다. 하루 몇십 통의 연락은 기본이었다. 집 앞에 찾아와 대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밤길은 점점 무서워졌다. A씨는 “부모님과 경찰까지 동원되고 나서야 스토킹을 멈췄다”며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괴롭다. 트라우마로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약한 스토킹 처벌법은 최근 발생한 노원 세 모녀 피살 사건을 막지 못했다. 피해자 보호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경찰은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과 20대 딸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전날 구속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피의자는 김태현(25)이다. 김태현은 범행 당일 퀵서비스 직원을 가장해 피해자 집에 침입해 살인을 저질렀다.

김태현이 범행 전 큰딸 B씨를 수 개월간 스토킹한 것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커졌다. 경찰이 확보한 B씨의 메신저 대화 기록에 따르면, B씨는 지난 1월 말 지인에게 “집 갈 때마다 돌아서 간다. 1층서 스윽 다가오는 검은 패딩”, “나중에 (김태현에게) 소리 질렀다. 나한테 대체 왜 그러냐고”라며 지인들에게 두려움을 호소했다.

스토킹 범죄가 중범죄로 이어진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발생한 ‘창원 여성 살인 사건’도 스토킹 범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피해자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한 결과 가해자 C씨가 지난 3개월 동안 100통이 넘는 전화와 문자를 피해자에게 보낸 기록이 발견됐다. 

관련 법안 마련은 지지부진했다. 지난 1999년 처음 발의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안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적 애정표현·구애와 구분하기 어려워 법률 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스토킹은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 벌금, 구료, 과료 등의 형식으로 처벌됐다.

지난달 24일 국회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스토킹 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한다. 법안에 명시된 스토킹 행위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고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지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기 △통신매체를 이용해 연락하기 △물건 보내기 등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형량이 가중된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 직권으로 100m 이내 접근금지, 전화 금지 등의 긴급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조치 위반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최근 통과한 스토킹처벌법이 피해자 보호에 미진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피해자의 의사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논란이다.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하도록 협박·회유를 당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를 ‘스토킹 범죄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제한한 점도 문제다. 피해자 외 동거인이나 가족 등이 피해를 입는 경우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조항도 의문이다.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를 느껴도 가해가 계속됐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그 밖에 피해자 접근금지 신청에 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피해 여성이 접근금지 신청을 하려면 경찰과 검찰, 법원까지 거쳐야 한다. 정작 피해가 필요할 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처벌법 제정은 단순한 애정 문제로 가볍게 치부되던 스토킹 범죄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도 “반의사불벌죄 같은 조항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일회성 처벌보다 피해자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며 “피해자보호명령과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등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해성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은 보이지 않는 범죄기 때문에 2차, 3차 피해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집중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스토킹 범죄에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하다. 심리치료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hoeun2311@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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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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