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에 돌팔매질까지…美 동양인 증오 범죄 확산

칼부림에 돌팔매질까지…美 동양인 증오 범죄 확산

기사승인 2021-04-07 15:08:05
4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폴리 광장에서 시민들이 '아시아계 증오를 멈추라(Stop Asian Hate)'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를 규탄하고 있다. 뉴욕 신화=연합뉴스

[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미국 전역에서 동양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인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 언론과 AP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검찰은 로저 얀케(28)를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얀케는 지난달 31일 남서부 도시 풀러턴의 한 거리에서 38세 동양계 여성과 6세 아들이 탄 차량에 두 차례 돌을 던져 전면 범퍼와 앞 유리를 망가뜨렸다. 얀케는 경찰에 연행되던 당시 “한국인들이 나를 통제하려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이후 동양인 혐오 범죄는 급증했다. 지난달 초 ‘미국 증오·극단주의 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요 대도시의 동양계 증오범죄가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지난 1년 간 보고된 증오범죄는 약 3800건에 이른다. 피해자 비율은 중국계가 42.2%로 가장 높고, 한국계가 14.8%로 두 번째 순위를 차지했다. 칼부림, 구타, 언어폭력, 최루가스 분사, 침 뱉기, 집단 따돌림 등이 발생했다.

미국 내 한인을 비롯한 동양계 이민자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거주하는 유학생 김모(24·여)씨는 “최근 길거리에서 ‘당장 니네 나라로 꺼져’라는 모욕을 들었다. 불쾌했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동양인 증오범죄 뉴스를 볼 때마다 식은땀이 난다. 언젠가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걱정을 털어놨다. 

미국에 이민 온 지 3주째라고 밝힌 누리꾼 A씨는 “첫 외출부터 손가락 욕과 함께 인종차별을 당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달리 동양인 혐오가 심각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해당 글에는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남 일 같지 않고 무섭다”, “언제 어디서 당할지 몰라 외출을 자제한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미국에 가족을 둔 이들의 걱정도 커졌다. 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김모(59·여)씨는 “아들과 딸이 미국에서 공부 중인데 걱정이 돼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더는 동양인 증오 범죄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LA 한인타운에서 열린 아시아인 혐오 반대 집회에 참석한 CNN 방송 앵커 출신 한국계 미국 언론인 메이 리. 연합뉴스

동양인 혐오를 막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도시에는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오후 시애틀에서는 고등학교 학생들 200여 명이 주도한 시위가 열렸다. 학생들은 고가도로에서와 도보에서 ‘AAPI(아시아·태평양계) 혐오를 멈춰라’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온라인에서는 동양계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SNS에서는 “동양인을 향한 혐오를 멈추라”는 구호 해시태그(#StopAsianHate)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연방 정부와 의회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동양계에 대한 혐오를 규탄한다”는 성명에 이어 지난달 11일에도 “증오 범죄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회에서는 동양계가 모인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의 연방 의원들이 나서서 청문회를 추진했다.

hoeun2311@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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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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