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자금 부족…“신청도 어려워”
유압기기 제조업체 A사는 업력 12년차 중소기업이다. A사는 코로나를 잘 피했다. 매출이 줄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정이 나아진 건 아니다. 판매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 거래처와 계약을 끊을 수도 없어 고민이 깊었다. 정부 도움을 받으려고 해도 매출이 줄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A사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자금이 많이 풀리긴 해도 (자금은)늘 부족하다”며 “매출이 줄지 않았다고 해서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안 힘든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면담기회가 오면 그 다음(절차는) 쉬운데 자금을 신청하기까지가 어렵다”며 “기업은 많고 돈과 창구는 적고 상담시간도 정해져 있는데 기업들은 이런 내용을 잘 모른다. 알면서 놓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수요 대비 공급은 열악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팩토리온’에 등록된 공단 기업만 2486개다. 정책 금융기관은 있다. 산업은행은 안산지점과 시화지점 2개, 안산소재 기업은행은 21개다. 상호만 있는 ‘유령회사’를 제외하더라도 영업점 한 개당 100개 이상 기업을 맡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우리는 이것저것 잘 알아보는 편이라 기한도 잘 맞춰서 정책자금을 받곤 했지만 거기까지 가는 동안 굉장히 아슬아슬했다”며 “(정책자금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해도 결국 시간과 정보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매출·고용 등 지원조건과 충돌”
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B사는 빠른 자금소진과 애매한 지원 조건을 지적했다.
B사 관계자는 “자금소진이 빨라서 받기가 어려웠다”며 “기업규모로 차등을 두는 거 같고 기존 대출도 같이 취급하다보니 생각보다 자금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원 조건도 고르지 않아서 우리 같은 사람보다 오히려 임대업자들이 대출을 더 잘 받는 거 같다”고 불만을 전했다.
코로나로 매출 부진을 겪는 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하기 힘들다. 고용을 유지하지 못하면 돈을 빌리기도 어렵다.
B사 관계자는 “제조업이라 젊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데 인원을 채우는 게 부족하다. 직원은 계속 빠져나가는데 이것도 대출 조건에 있더라”며 “국가는 고용이 줄어든 걸 숫자로만 보니까 자금조달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중기 86% “자금사정 악화”…외부조달 곤란 등 원인
중기업계는 자금애로를 호소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중기 3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86.6%가 지난해 보다 올해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판매부진(49.8%)’와 ‘외부자금 조달 곤란(19.8)’이 자금사정 악화 주요 원인이었다.
응답자들은 또 매출·수출 감소에 따른 고용유지 어려움을 가장 큰 애로사항(40.8%)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공단은 “중기 대상 정책자금 지원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시화공단 지점 관계자도 “제조업에 한해서 부족한 정책자금을 대체할 상품을 권하기 어렵다”며 “거래 이력이 있다면 창구에 들러 상담을 받는 게 좋고 신설 법인이면 보증서가 나오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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