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대구 도심에 있는 카페에서 대낮에 한 남성이 여성의 얼굴을 때리고 달아나는 일이 벌어졌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폭력에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중구 한 카페에서 남성 A씨는 음료를 마시던 30대 여성 B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A씨는 B씨 일행이 놓은 가방을 치우고 자리에 앉았다. 항의하는 B씨를 향해 A씨는 욕설을 내뱉으며 얼굴을 가격했다. 기절해 쓰러진 이후에도 폭행은 이어졌다. A씨는 폭행 후 카페를 빠져나와 자전거로 도주했다. B씨는 광대뼈 골절 등 부상을 입었다.
일면식 없는 불특정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괴롭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공항철도 서울역에서 한 남성이 일면식 없는 30대 여성의 얼굴을 가격해 상처를 입었다. 같은해 9월, 경기 부천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40대 남성이 여성을 벽돌로 폭행했다. 같은 해 11월에도 젊은 여성 4명에게 아무 이유 없이 가래침을 뱉은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묻지마 범죄 유형 중 ‘현실 불만형’으로 분석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보고서는 현실 불만형이 주로 사회에 대한 불만, 처지 비관 등으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밝혔다. 재범률도 높았다. 해당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가운데 75%가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 불만형 범죄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가해자들이 여성을 표적으로 삼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다. 범행을 저질러도 대응하기 힘든 약자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느끼는 분노와 불안감은 크다. 통계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조사 결과에는 범죄에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의 비율이 2018년 57%로 남성(44.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8·여)씨는 “여성들이 이유도 모른 채 폭행당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본인보다 힘이 약한 사람들만 공격하는 것 아닌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는 가해자 대부분이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치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해성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묻지마 범죄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법부가 증오범죄인지 정신질환자의 소행인지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환자라면 형벌이 감경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처벌 강화가 소용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의 치료 전력을 연계해 조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CCTV 사각지대 보완, 주거지 순찰 강화 등 사회적 약자를 지킬 근본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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