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서복’ 공유 “오늘이 더 소중해졌다”

[쿠키인터뷰] ‘서복’ 공유 “오늘이 더 소중해졌다”

기사승인 2021-04-15 07:00:12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죽음을 앞둔 남자는 죽을 수 없는 소년을 보며 뭘 느낄까. 부러울까. 불쌍할까. 15일 공개되는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민기헌(공유)은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보며 동질감을 느낀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신과 영생을 두려워하는 서복이 비슷한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해서다. 둘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기헌에겐 시간이 없고, 서복에겐 자유가 없다.

배우 공유는 ‘서복’ 시나리오를 읽으며 두 주인공과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난 왜 사는 걸까. 뭘 위해 살까.’ 답을 하려니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두려웠다. 시나리오가 던진 질문이 거대해 자신이 그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출연 제안을 고사하고도, 마음은 ‘서복’에 계속 머물렀다. 자신이 품은 질문을 관객에게도 던지고 싶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공유는 “왜 사는가는 평생 할 고민”이라면서 “눈 감기 전까지 정답 가까운 곳에 가보기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복’은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과 인류 첫 복제인간 서복의 동행을 그린다. 무기로 개발돼 존엄성을 말살당한 서복은 기헌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은 죽는 게 두렵냐고, 왜 그러냐고, 그렇다면 사는 건 좋았냐고. 공유는 기헌의 자리로 관객을 끌어 오려 했다. 관객이 기헌의 입장이 돼 서복이 던진 질문에 답하길 바랐다. 그러려면 관객을 기헌에게 몰입시켜야 했다. 공유는 ‘기헌의 고통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다. 병마에 시달리는 기헌을 표현하려고 체중도 3~4㎏ 감량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 앞에서 태연하지 못하잖아요. 기헌도 그런 평범한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기헌은 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을 거예요. 양약이든 한약이든 뭐든 먹어봤을 거고요. 하지만 서복을 만난 뒤엔 기헌이 달라졌을 거라고 봐요. 덜 두려워하고 덜 힘들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서복이 기헌을 구원했다고 할 수 있겠죠. 저도 고요한 마음으로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어요.”

이용주 감독은 ‘서복’이 욕망과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둘은 동전의 양면 같다고, 사람들이 영생을 욕망하는 건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영화에선 ‘삶의 유한성이 인간을 더 나은 존재가 되게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이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도록 만든다는 역설이다. ‘왜 사느냐’는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다른 질문을 낳는다. 공유는 작년 11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호주 시인 에린 헨슨이 쓴 ‘아닌 것’으로 이 질문에 답했다. ‘당신의 나이와 몸무게, 머리 색깔은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믿는 것,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당신이 꿈꾸는 미래가 당신’이라고 말하는 시다.

배우도 그렇다. 공유라는 배우는 드라마 시청률이나 영화 관객 수, 출연료 따위로 정의되지 않는다. 그는 “내가 쌓은 필모그래피들이 나를 말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흥행시키며 ‘로코 장인’으로 떠올랐지만, 공유는 장르와 유행에 갇히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 안엔 아동 성폭력을 고발하는 ‘도가니’도 있었고, 일제강점기를 다룬 ‘밀정’도 있었으며, 한국 여성의 삶을 이야기한 ‘82년생 김지영’도 있었다. 그는 “내가 어떤 성향과 가치관을 가졌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주시길 바라면서 한 작품씩 해나가고 있다”며 “내 필모그래피를 보고 ‘공유는 이런 길을 원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끼신 바가 있다면, 그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서 공유는 ‘오늘의 소중함’을 건져 올렸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언제 오는지 알 수도 없다. ‘늙어서 잘 살려고 오늘 먹고 싶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참지 말자’는 한 가수의 말처럼, 공유도 오늘 하루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감했다. ‘서복’ 덕분이었다.

“원래는 고민이 많은 편이었어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도 머리 싸매고 걱정하는 스타일이었죠. 그게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부질없을 때가 많더라고요. 지금은 당장 내 앞에 높인 하루에 충실하려고 해요. ‘서복’이 이런 생각을 굳건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줬어요. 오늘의 소중함을, 내가 오늘 하루 다른 이에게 할 수 있는 좋은 일과 좋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며 살려고요.”

wild37@kukinews.com / 사진=매니지먼트숲, CJ ENM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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