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경선은 ‘영남당’ 논란이 불거지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할 만큼 안갯속 판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경선을 흔드는 ‘영남당’ 논쟁이 제살깎기 경쟁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원내대표 경선 주자로 이름을 올린 인물은 4선의 권성동·김기현, 3선의 김태흠·유의동 의원이다. 정치권에선 경선 초반 김기현 의원의 우세를 점쳤지만 초선 의원들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번 경선에서 절대다수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1명 중 초선 의원은 56명이다. 당 소속 의원만의 투표로 결정되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초선 의원들은 ‘영남꼰대당 탈피’를 당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 전국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앞세운 것.
특정 지역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당 대표가 영남 출신이 돼선 안 된다는 주장에 울산을 지역구로 둔 김기현 의원이 다소 난처해졌다. 경선 주자 4인방 중 영남 출신은 김기현 의원이 유일하다. 권성동 의원은 강원 강릉, 김태흠 의원은 충남 보령서천, 유의동 의원은 경기 평택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차기 당권 구도와 맞물려 영남당 논쟁은 더욱 심화됐다. 당 지도부의 지역 안배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원내대표의 출신 지역이 차기 당권 주자의 유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영남권 김기현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될 경우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주호영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대구 수성갑)가 당권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반대로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서울을 지역구로 활동했기 때문에 김기현 의원의 당선이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논쟁이 이어지는 데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분열 상태를 보인다는 우려와 당을 위한 합리적인 토론이 오간다는 평가가 공존했다. 한 비영남권 중진의원은 “영남꼰대당을 탈피하기 위한 당내 몸살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집권의 열망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당내 지도력 공백이 이어지다 보니 당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영남당’ 논란으로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서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선 초반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권성동·김기현 의원이 아닌 김태흠·유의동 의원 중 한 명이 당선될 수 있다는 것. 특히 김태흠 의원의 경우 박근혜 씨의 탄핵에서 자유롭고 캐스팅보트 지역인 충청권 출신이라는 장점으로 뒷심을 발휘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다만 영남당 논쟁이 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김기현 의원은 ‘영남당’ 표현을 여권의 프레임으로 규정,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또 영남권의 지지가 강하다는 이점을 토대로 전국 정당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일각에선 야권 대선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야권 대선후보로 이름을 올린 주자 중 윤석열 전 총장을 제외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력 후보 2인은 모두 영남권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쿠키뉴스 의뢰)가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31.6%의 지지를 받았다. 뒤를 이어 무소속 홍준표 의원 9.1%,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6.8%,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4.9%,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2.3%,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 2.2%, 원희룡 제주도지사 1.7%로 나타났다. 더욱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불확실한 가운데 ‘영남은 안돼’라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대구 출신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모두 입지가 흔들리게 된다. 당 소속 대권 주자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외려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된다는 것. 이를 놓고 한 야권 관계자는 “영남 논쟁을 이어가는 것은 결국 제살깎기”라며 “지역론을 쫓다 보면 결국 윤 전 총장에게 목을 매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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