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료계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즉각 중단해야"

범의료계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즉각 중단해야"

기사승인 2021-05-04 14:19:23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의료기관 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를 놓고 범의료계가 '즉각 중단하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등 4개 의료단체는 4일 오전 서울 용산 전자랜드 2층에서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촉구했다. 

지난해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 관련 법령을 개정해 올해부터 모든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비급여 진료 공개 대상 의료기관이 지난해 병원급 3925곳에서 올해 의원급을 포함해 6만 5464곳으로 늘어나고, 공개항목도 지난해 564개서 올해 616개로 확대된다.

이에 대해 범의료계는 해당 제도가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는 의료기관 운영이 불가능한, 고질적인 낮은 의료수가는 그대로 둔 채 성급하게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만을 추진한다면 의료 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비급여 진료비는 자유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의료비 급증을 억제하는 기제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비급여에 대해 통제 일변도의 정책만 취한다면 현행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유지 근거를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모순을 발생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신고 의무화를 강행하면 운영이 어려운 의원급 병원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이 생겨나 오히려 의료비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관련 법령 개정 과정 당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환자는 단순히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예민한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방침대로 모든 비급여 진료비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실시간 보고하게 되면 국가는 어떤 환자가 언제 어느 산부인과에서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비뇨의학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무슨 질병으로 진료를 받았는지 실시간 알 수 있게 된다"면서 "환자의 입장에서 매우 두렵고도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예민한 자료가 외부에 유출되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우려가 높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료를 바탕으로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개입을 최소화해 자유로운 비급여 진료가 가능토록 하고, 의료계 4개 단체와 협의해 의원급의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해 일정 규모 이하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비급여 보고와 공개 사항을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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