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간거래 플랫폼, 이중규제 굴레 씌워지나

개인간거래 플랫폼, 이중규제 굴레 씌워지나

해외서도 개인간거래 플랫폼만을 위한 규제 미비
플랫폼 중개 없는 SNS마켓에서 피해 커
플랫폼 관련 분쟁신청도 적은 편
"이미 분쟁해결 기구 있어...이중규제 막아야"

기사승인 2021-05-07 05:20:01
공정거래위원회.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개인간거래(C2C)를 규제의 틀로 끌어오고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개인간거래 플랫폼에 규제를 들이대는 건 과잉규제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자유로운 거래가 위축되고 이미 분쟁위원회나 수사기관을 통해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공정위는 개인간거래(C2C)를 규제의 사각지대로 보고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같은 중개업체가 분쟁이 있을 시 이용자 이름‧주소‧전화번호를 피해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를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개인간거래는 지난 1995년 시작된 미국의 온라인 벼룩시장 크레이그리스트(Cragslist)의 개인간 거래 공유경제 모델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에서 출발해 구인‧구직, 집 임대 등 으로까지 확대됐다. 비슷한 서비스인 오퍼업(offer up), 렛고(let go) 등도 인기다. 미국에서도 이 같은 중고거래에서 사기나 분쟁 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 마켓만을 겨냥한 규제는 따로 없다.

우리나라의 개인간거래는 포털 카페에서 시작한 중고나라가 인기를 끌며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와 같은 플랫폼이 생겨나 인기를 끌었다. 당근마켓의 경우 가입자수가 2000만명을 넘었고, 주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1000만명을 넘는 등 국민마켓으로 등극했다. 비슷한 시기 네이버블로그,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도 인플루언서들이 식음료나 의류 등을 SNS마켓을 통해 판매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플랫폼에서의 개인간거래와 SNS를 통한 직접 개인간거래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 플랫폼업계의 입장이다. 소비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사기가 발생할 경우 플랫폼은 판매자의 휴대폰 번호, 게시글, 채팅방 정보 등을 수사기관에 제공한다.

또 제품 하자나 반품 등 거래 당사자간 이견이 있는 분쟁은 인터넷진흥원(KISA) 산하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플랫폼은 분쟁위에 판매자의 휴대폰 번호 등을 제공한다. 지금도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당사자 추적이 가능하고, 고충을 처리하는 창구도 있다는 것이다.

까페나 블로그 등 SNS마켓은 따로 중재플랫폼이 없어 사기판매와 품질 문제, 잠적 등 다양한 문제들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여성소비자저널이 SNS마켓의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실태를 조사한 결과 개인간 거래 시 불만족 비중이 높은 항목은 교환‧환불 처리와 A/S 처리였다. 특히 결함(하자) 있는 물품 배송(48.9%), 결제 후 판매자 연락두절(39.6%) 등으로 조사됐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에서의 사기나 분쟁조정 등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전자문서 분쟁위원회 사례집을 살펴봐도 분쟁조정 신청현황에서 인터넷쇼핑몰, 까페‧블로그‧커뮤니티, 통신판매중개사이트 등으로 구분돼 있고, 중고거래 플랫폼이 따로 카테고리로 명시돼 있지 않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공정위 개정안에 대한 의견에서 개인정보 수집 필요성 이유로 든 분쟁‧사기가 미미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5900만건의 비실명 거래 중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368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경찰청에 접수된 사기민원 약 12만건 대부분이 실명확인을 통해 성명과 전화번호만으로 신원정보가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규제는 중고거래 플랫폼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쟁 발생시 판매자 개인정보를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해주는 전자거래법 전부개정안 29조는 플랫폼업체에 큰 위협이라는 주장이다. 신규 판매자 감소와 거래 위축이라는 리스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플랫폼의 무한 책임이 따라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공정위의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해 판매자 개인정보를 바로 제공할 시 사적 보복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개인정보 직접제공 철회를 공정위에 권고했다.

개인정보위는 중개서비스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필수적이지 않은 정보를 수집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개인정보법 제3조와 16조에 의거, 개인정보 최소 수집의 원칙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전화번호와 닉네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이미 분쟁해결 기구가 있는데도 플랫폼 규제가 또 신설되면 이중규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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