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왝더독(Wag the Dog, 1997)’과 시나리오 경영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왝더독(Wag the Dog, 1997)’과 시나리오 경영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05-20 00:12:04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사람들에게 어떤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게 하기 위한 방법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TV 등의 정보전달매체를 이용하여 보여지는 것은 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사건(스캔들)이 발생하게 되자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가장 효과적인 시나리오로, <왝더독(Wag the Dog, 1997)>에서는 ‘가상전쟁’을 선택하였다. 그래서 인지 영화의 원제목 ‘Wag the Dog’은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뜻에서 ‘하극상’ 또는 ‘주객이 전도된 것’을 말하는데, 영화에서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이 걸스카웃 학생을 성추행했다고 고발당하자, TV를 통해 알바니아를 상대로 한 급박하고 생생한 전쟁 상황을 재현한 희대의 사기극을 연출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둬 89%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통령으로 재선된다는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당시 “클린턴의 대통령 자리까지 뒤흔들었던 섹스 스캔들(지퍼게이트; 이는 ‘르윈스키 스캔들(Lewinsky scandal)’이라고도 하는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모니카 르윈스키 등의 여성들과 벌여온 성 추문이 폭로된 사건이다.)을 절묘하게 예견하고, 그것의 실체까지 들여다 보았다”하여 많은 관심을 끌어 모았다.

감독은 영화를 통하여 “국민이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CNN뉴스에서 본 폭격장면 뿐이지 않는가!”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네이팜탄에 맞은 나체의 소녀, 걸프전, 스마트 폭탄 투하, 100일간 하루 2,500번의 공습’을 했다는 사실만 존재한다. 뉴스화면을 통해 확인했으므로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가 ‘바보’는 아닌지… 영화에서는 걸프전 당시의 폭탄 투하장면은 스튜디오에서 만든 장면이라고 한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어디에도 진실은 없다. 다만, 잘 짜여진 시나리오만 있을 뿐이다. 시나리오(각본)란 말은 16세기 이탈리아의 즉흥희극 ‘콤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에서 ‘극의 줄거리와 배우의 역할 등을 표시한 메모’를 뜻하는 것이었으나, 현재에는 ‘스크린에 영사할 것을 전제로 하여 영화형식에 따라 문장으로 작성한 각본’을 말한다. 따라서 시나리오 경영(Scenario Management)이란, 미래의 위험이나 불확실성 하에서 가능한 대체안들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미래를 예측하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미래에 전개될 변화과정을 몇 가지의 시나리오로 구성하여 각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경영기법을 뜻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올바르게 예측함으로써 위험을 회피함은 물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이용한 전쟁 시나리오와는 본질적인 차이는 있다. 왜냐하면,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되지 못하리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즉, 시나리오를 만든 목적은 세인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림으로써 그들의 허수아비(?)를 당선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목적을 설정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물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시나리오 경영은 조직의 학습능력을 향상해줌으로써 위기관리 능력을 높여준다는 데 그 장점이 있다. 즉, 구성원들 스스로 시나리오를 구성함으로써, 조직 학습능력이 높아지고, 자신이 맡은 일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위기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많은 상황을 이미 시나리오로 작성했기 때문에 조직의 위기관리 능력이 향상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철저히 진실을 왜곡한 채, 단지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목표만 달성하면 그뿐인 것이다. ‘쇼로 치장된 정치, 이미지 조작의 힘은 정말로 엄청나다’는 사실을 이 영화에서는 극렬하게 보여 준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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