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총 10여 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리며 흥행에 불이 붙었지만 당내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사들이 전면에 나선 탓이다.
20일 기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조경태(5선·부산 사하을), 윤영석(3선·경남 양산갑), 조해진(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홍문표(4선·충남 홍성예산), 김웅(초선·서울 송파갑), 김은혜(초선·경기 성남 분당갑) 의원 등이다. 원외 인사로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 나경원·신상진 전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8~11일간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나 전 의원은 15.9%, 이 전 최고위원은 13.1%를 기록했다. 이어 주호영 전 원내대표 7.5%, 김웅 의원 6.1%, 홍문표 의원 5.5% 순이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율은 비슷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 17일~19일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5월3주차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19%, 나 전 원내대표는 16%의 지지를 받았다. 이어 주호영 전 원내대표 7%, 김웅·홍문표 4% 등을 기록했다.
두 사람은 오차범위(한길리서치·NB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경륜을 강조한 ‘중진’ 대 변화를 내세운 ‘초선·청년’으로 흘러가며 일단 선거 흥행에 성공했지만, 국민의힘 속내는 복잡하다.
6·11 전당대회는 1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할 최고 사령탑을 뽑는 선거다. 차기 당 대표는 국민의힘이 ‘보수혐오’ 프레임에서 빠져나와 보수·중도·진보를 아우르는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전 최고위원, 나 전 의원은 논란의 중심을 자처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성차별,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 등에서 문제가 될 발언을 이어가며 당 안팎의 비난에 휩싸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대 남성의 대변인 역할을 하며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4·7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완승의 주역으로 ‘이대남(20대·남성)’을 꼽으며 “여성주의에 올인한 민주당의 패배”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후에도 여경 문제, 손가락 논란 등 ‘남성 역차별’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며 젠더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과 연일 SNS 설전을 주고받았다. 진 전 교수는 “여혐 발언인 건 사실”, “20대 남성만 바라본다”, “여성에 대한 그(이준석)의 뿌리 깊은 편견” 등 맹공을 가했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도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안티-페미니즘의 상징이자 혐오 선동으로 주목받아온 정치인”이라고 했고 국민의당 구혁모 최고위원도 “이준석이 만들어낸 반(反)페미 프레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서울대 토크콘서트에 초청된 것을 놓고 학생들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서울대 학생 일부는 ‘사회대 여름축제 규탄 연서명’을 내고 “다양한 신념과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시도를 비난하며 편견과 혐오를 정치적 세력화 도구로 활용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초청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상황에 한 야권 핵심관계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성차별 상징이 됐다. 20대 분열을 조장한 꼴”이라며 “젠더 문제를 정략적으로 다루고 있다. 분열을 이끌다 보면 당도 분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 부정론을 계속해서 거론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붙은 경선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으로 자신이 최종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20일 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서울시장 경선에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발언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은혜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성찰보다 남 탓, 제도 탓을 하고 있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김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에서 낙마한 후 2개월 만에 전당대회에 나왔다. 실패가 있는 경험, 이를 변명으로 대선 정국을 돌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를 ‘부정선거’로 치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전 당원이 헌신적으로 뛰어서 당선된 오 시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노력으로 얻은 정당한 결과를 외면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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