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CBDC 도입 시 예상되는 기술·법적 요구사항을 미리 점검하려는 건데요. 현금 수요 등을 감안하면 CBDC 발행 필요성은 낮지만, 대내외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게 한은 입장입니다.
CBDC는 비트코인 등 요즘 대세인 ‘가상화폐(코인)’와 비슷해 보입니다. 실물이 존재하지 않아서인데요.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출발점은 화폐로서 기능과 가치를 누가, 어떻게 보증하느냐 입니다.
화폐 ‘Yes or NO’
CBDC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줄임말입니다. 번역하면 ‘중앙은행 발행 가상화폐’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발행처는 중앙은행인 한은입니다. 한은 법정통화(1만원·500원 등)의 디지털 형태로 보면 됩니다. CBDC는 정부가 가치를 보증하고 발행이나 거래내역 관리도 정해진 기관이 합니다.
CBDC는 은행 등 예금취급 금융기관에만 발행하는 ‘도매 디지털화폐’와 개인 등 민간 경제주체들에게도 발행하는 ‘소매 디지털화폐’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발행방식으로 여러 가지가 대안이 나옵니다. 지급결제 중앙 집중 혹은 분산 형태에 따라 지급결제 정보 보관, 관리를 중앙은행 또는 위탁은행이 운영하는 방식, 블록체인기반으로 거래정보가 분산·관리되는 분산원장 방식 등입니다.
분산원장방식은 중앙은행을 포함한 다수 보유자가 전자지갑을 활용해 잔액을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어 익명기반 실물화폐와 유사합니다.
가상화폐(코인)은 민간에서 발행합니다.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을 창시한 이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사람 또는 그룹입니다. 시총 2위인 이더리움 창시자는 비탈릭 부테린이라는 20대 청년입니다. 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에 분산원장 개념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분산원장은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 중앙 서버가 아닌 P2P(개인간 거래)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화폐는 독립기관인 중앙은행이 발행해 신뢰를 유지됩니다. 코인은 소수 개발자와 채굴자 집단만이 참여합니다. 분산된 시스템이 신뢰를 갖추려면 많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또 최초 거래부터 모든 거래 내역을 다운로드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기능도 차이를 보입니다. 화폐는 ‘교환 매개 수단’입니다. 화폐는 휴대가 편하고 광범위한 수용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인은 소지해야 하는 불편이 없기 때문에 편리하긴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수용성은 화폐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밖에 중앙은행은 화폐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코인은 알고리즘으로 사전에 공급량이 정해지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줄어듭니다. 수요 변동이 가치 변동에 즉각 반영됩니다. 유동성과 가치 안전성을 갖춘 화폐와 달리 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기능을 해내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주요국 중앙은행 “비트코인, 화폐 아니다”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코인을 ‘화폐’로 봐야하느냐에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제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전 의장은 과거 “안정적인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며 법정 화폐가 될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브 메르시 전 유럽중앙은행 이사도 “교환의 매개·가치 척도·가치 저장 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화폐가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CBDC와 코인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한은 입장입니다.
“우리는 가상화폐라고 안 부르고 가상자산 또는 암호자산이라고 부른다. 중앙은행은 비트코인 등이 화폐 기능을 하는지를 보는데 변동성이 너무 커서 화폐 기능을 못할 걸로 보고 있다”(한은 디지털화폐연구팀)
한편 한은은 CBDC 연구용역사업 준비를 마치는 대로 외부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