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1월, 너무 슬픈 이름을 들었다. 그 이름은 바로 정인이었다. 정인이는 지난해 2월 양부모 학대로 숨졌다. 정인이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정인이를 구할 기회는 분명 존재했다. 어린이집에서 처음 학대를 의심해 신고했지만 종결됐다. 어린이집 이후 또 신고가 있었다. 정인이가 차량에 30분 이상 방치된 걸 본 주민이 신고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장소를 찾지 못해 14일을 소요했고 결국 CCTV는 기한이 지나 폐기됐다.
3차 신고는 정인이를 진찰한 소아과 의사가 했다. 그러나 양부모는 타 병원을 방문해 단순 구내염으로 진단했고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 없음으로 집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정인이는 세상을 떠났다.
정인이가 숨지고서야 양부모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일이 과연 정인이만의 일일까. 아니다. ‘정인이 사건’이 일어난 지 6개월 후 반미라 상태로 발견된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건이 있었다, 또 인천 한 모텔에서 사망한 생후 2개월 여아 사건 등 부모 학대로 목숨을 잃는 아동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지난해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 건수는 3만 8100여건이다. 하지만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정인이’ 수까지 합하면 많은 아이들이 지금도 학대를 당하고 있다. 정부와 경찰, 전문가를 비롯해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아동학대 법이 없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아니다. 아동학대 법은 존재했다. 하지만 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월 국회의원들은 정인이법을 공동 발의했다. 하지만 정인이법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5월 국회로 넘어왔다. 법 개정이 지체되는 동안 아동학대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또 단순 법 개정과 보완을 넘어 법이 잘 실행되는지 감시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현장 내 전문 인력 양성도 주력해야 하며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해 줄 시설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공분이 높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지속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부끄럽게도 나는 정인이 사건을 통해서야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는 그동안 아동학대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지 진지하게 고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또 반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위를 살펴야 한다. 만약 학대 징조가 보이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당연히 신고할 때 신고자 신변이 절대 유출돼서는 안 된다.
많은 아동이 지금도 학대로 힘들어하고 있다. 아동학대를 멈추려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정인(情人)의 뜻을 기억하며 글을 마쳐야겠다. 사랑하는 정인아 우리가 미안해. 우리가 세상을 바꿀게.
※아동학대 신고방법
무엇을?
-신고자의 이름, 연락처
-아동의 이름, 성별, 나이, 주소
-학대행위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이름, 성별, 나이, 주소
-아동이 위험에 처해있거나 학대를 받고 있다고 믿는 이유
*아동이나 학대행위자의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도 신고는 가능하며,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도록 합니다.
어떻게?
-전화: 국번없이 112
-방문: 관할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신고자의 신분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62조에 의해 보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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