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BDC 발행과 n가지 상상

[기자수첩] CBDC 발행과 n가지 상상

기사승인 2021-05-27 06:00:01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전 세계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가상화폐(가상자산) 확산이 계기다.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모의실험을 한다. CBDC가 제 기능을 하는지 보고 상용화 할지, 말지를 정한다고 한다. 실험기간은 오는 8월부터 내년 6월까지다. 

CBDC 개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나왔다. 각국 중앙은행은 당시 경기부양책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영국과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효과는 작았다. 대안으로 나온 게 CBDC다. CBDC계좌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면 예금 대신 소비가 늘 것이란 가설에서 시작됐다. 

한은도 처음엔 CBDC를 부정했다. 현금수요가 있고, 다수가 소액지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 금융포용수준이 높은 점 등을 들었다. 대신 연구는 계속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지고 비대면 결제방식이 대두되자 입장을 바꿨다.

언제일지 모를, CBDC 발행이 가져올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현금도난과 분실위험을 줄이고 거래 신속·편의성을 높여 지급결제 효율화에 기여할 걸로 예상했다. 한은이 발행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일반 경제주체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종이화폐 제작비용도 아낄 수 있다. 돈에 꼬리표가 붙기 때문에 ‘나쁜 짓’도 못한다. 땅 속에 묻어둔 자금도 볕을 볼 수 있다.

단점도 예상할 수 있다. CBDC 발행은 중앙은행 시장 참여도를 높인다. 이러면 시중은행은 위축된다. 자금중개기능이 줄면 예·적금은 감소하고 자금조달비용은 커진다. 대출금리 상승과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ATM은 공동기기로 바뀌고 금고도 사라진다. 자금 추적이 가능한 대신 개인정보와 자금흐름을 볼 수 있다. 이러면 보안을 문제 삼을 수 있다. 

한은은 말을 아끼고 있다. 파급효과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다만 올 초 발행한 보고서에서 ‘CBDC를 발행하면 간편한 지급결제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금융취약계층에게 금융혜택 범위를 넓히는 효과를 갖는다’고 언급했다.

반면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이용자에게는 외려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현금 제도가 사라지거나 현금을 받지 않고 CBCD만을 받는 현금 사용이 제한되는 거래가 많아질수록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동향을 보면 스웨덴과 중국이 CBDC선도국이라고 한다. 미국 등 주요국도 관심은 보이고 있지만 확정하진 않았다. 우리나라도 이제 막 출발선을 끊었다. 앞서 언급했듯 CBDC 발행이 몰고 올 변화는 뚜렷하다. 그 안에서 강조되는 건 지급결제안정과 통화정책유효, 금융안정이다. 발행에 신중해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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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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