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부모에게 손 벌릴 수 있는 금수저‧은수저만 집 살 수 있는 현실, 달라질게 없어요”, “30대 중반까지 애 키우며 맞벌이로 모은 돈이 1억 5000만원, 4억 대출받아 아파트 살 수 있나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가장들의 발언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완화 방안을 두고 현실과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주택자의 LTV 규제를 10%p 추가 완화했지만 대출한도를 4억원으로 고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무주택자 금융지원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집값 상승과 함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을 마련 기회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영향이다.
금융지원 방안은 무주택자에 한해 LTV 완화 비율을 기존 10%p에서 20%p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소득기준과 주택기준을 낮춰 더 많은 무주택자들이 완화 혜택을 받도록 했다. 다만 여당은 대출규제를 완화하면서 대출한도를 4억원으로 못 박았다.
무주택자들 사이에서는 대출한도 4억원을 두고 불만이 쏟아진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한도 4억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다. 서울지역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달 기준 9억8667만원(KB기준)을 기록했다. 결국 부모 도움 없이는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한탄이 나온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30대 중반의 한 가장은 “청년때부터 지금까지 모은 돈이 1억5000만원 가량”이라며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자녀가 커가면서 돈이 모이는 속도는 더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4억 대출 받아 집을 살 돈을 모으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며 “결국 경기도로 나가야 하는것 아닌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출한도 4억원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LTV 우대는 긍정적이지만 지금의 물가수준에서는 부족할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여당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분명한 개선 효과가 있다는 반응이다. 여당 관계자는 “9억원 집을 놓고 보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청년과 무주택자들이 모두 9억원 주택을 산다고 볼 수 없다”며 “기존에 비해 분명한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기조는 부동산 투기 근절에 있고, 대출한도가 올라가면 가계부채 증가와 함께 투기가 더 악화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며 “3기 신도시 등 주택 공급이 본격화되면 청년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LTV 완화 방안이 오히려 저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만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LTV 완화 주택의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라간 만큼 6~9억원 주택 가격이 9억원에 맞춰 상향 평준화되는 흐름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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