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 민주당은 ‘조국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여의도 고구말] 민주당은 ‘조국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송영길 대표, ‘조국 사태’ 사과하자 당 내홍 조짐
윤석열 공세로 방향 튼 민주당

기사승인 2021-06-05 05:00:03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사태의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당 안팎의 역풍에 흔들리고 있다. 차기 대선을 목전에 두고 악재를 털고 가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이번 사과가 민주당의 앞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조국 사태,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할 문제”

송 대표는 취임 한 달이 되는 지난 2일 조국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과는 지난 2019년 10월 당시 이해찬 대표의 사과에 이어 민주당 대표로서 두 번째다.

송 대표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서 “자녀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도 수차례 공개적으로 사과했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민주당은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들에게 상처를 준 사건이라고 짚었다. 그는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을 시켜주고 품앗이하듯 스펙 쌓기를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의 사과는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던 조국 사태에 관한 부담을 덜어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도부의 중책인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4.7 재보궐선거 때 등 돌린 청년들의 민심을 달래야 하는 상황에서 ‘조국 사태’는 커다란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사건은 청년층에게 불공정의 상징으로 인식된 바 있다.

송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 이후 SNS에는 ‘#송영길_사퇴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사과 아닌 사과” “조국 죽이기”

그러나 송 대표의 사과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민주당 권리당원 및 정책제안 게시판에는 송 대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게시판에는 “사과를 왜 하냐. 제발 당원들 말에 귀 기울여달라”, “명분 없는 조국 죽이기”, “0.59% 차로 당선된 ‘쩜오 대표’는 당장 물러나라”라는 글이 올라왔다.

심지어 ‘송 대표 자진 하차! 안 하면 탄핵’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SNS에는 ‘#송영길_사퇴해’라는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친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인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골라 패도 정도가 있지 너무 심하다. 당까지 나서 부관참시도 아니고 밟고 또 밟아야 하겠나. 그러면 지지도가 올라가나”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3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왜 그 시점에 사과성 발언을 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제3자인 당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잘 맞지 않는 부분”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반성문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3일 신동아에 기고한 칼럼에서 “하나마나한 사과를 한 것”이라며 “그 사과의 변조차도 자세히 뜯어보면 조국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여전히 그의 불법을 옹호하고 변명하는 내용이다. 결국 당 대표의 사과가 정확히 조 전 장관이 쳐준 가이드라인에 얌전히 머물러 있다”고 일갈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10원짜리 구권을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정 의원 페이스북

사과 끝, 윤석열 겨누는 與의 칼 

민주당은 이제 조 전 장관과는 선을 긋고 민생에 전념한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공식 사과한 다음날 “민주당과 조 전 장관은 이제 각자의 길로 가야 한다. 어제부로 민주당에서 조국 문제는 정리됐다”며 “이제는 민생으로 가야 한다. 조국의 시간이 아닌 민생의 시간”이라며 논란을 매듭 지으려 했다.

여권의 주요 대선 주자들은 송 대표의 사과에 호응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일 JTBC인터뷰에서 “당원으로서 당대표, 현 지도부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2일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이 ‘나를 밟고 전진하라’고 한 것처럼 민주당은 다시 국민 속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3일 간담회에서 “조 전 장관 관련 송 대표 발표를 존중한다”고 했다.

이에 송 대표 사과에 관한 여파는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당내 반발이 조금씩 잦아드는 모양새다. 송 대표가 공식 사과할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관한 발언이 친문계 반발을 달랬다는 평가도 나온다.

송 대표는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기준은 윤 전 총장의 가족비리와 검찰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의 장모 관련 의혹을 겨눈 것이다. 

송 대표의 발언이 윤 전 총장의 공세의 신호탄이 됐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와 윤 전 총장의 가족 의혹을 동일선상에 놓고 ‘윤로남불’이라며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4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새아침’에서 윤 전 총장 측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도를 넘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조 전 장관의 부인, 아들, 딸, 그 어머니의 아버지, 동생 등 온 집안을 탈탈 털지 않았나. 잘못이 있으면 수사하라고 나와야지 도가 넘었다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날을 세웠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0원짜리 지폐에 윤 전 총장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4일 페이스북에 올렸다. 윤 전 총장이 ‘장모는 사기를 당했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을 비꼰 것이다. 정 의원은 “평생을 살면서 남에게 10원짜리 한 장 피해를 주지 않고 산 사람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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