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협동조합 ‘무의’는 서울 혜화역 인근의 식당, 편의점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휠체어 이용자가 갈 수 있는 곳들을 조사하기 위해 출입구, 문의 종류, 장애인 화장실 유무 등의 항목을 직접 수집하고 있다. 이날은 비장애인인 최민석 전문리서쳐가 휠체어 이용자의 시선으로 직접 체험하며 이용 가능 여부를 체크했다.
첫 번째로 가본 곳은 편의점. 들어가는 데까지는 수월했다. 문을 당겨야 했지만, 열린 상태로 고정이 돼 휠체어를 이용하더라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편의점 내 통로는 3곳이었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통로는 한 곳에 불과했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이 정도만 되더라도 편의점 중에선 85점이다. 비장애인은 갈 수 있지만, 장애인 혼자서는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인근 도넛 판매점에도 들어가 봤다. 최 전문리서쳐가 문을 당기고 들어가려 했지만, 고정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가게 내 점원이 문 앞까지 나와 문을 잡아줘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내부로 들어가 휠체어로 인해 다른 사람의 왕래에 불편을 줄 수 있는지, 의자를 빼고 앉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소극장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해 보니 휠체어 이용자가 갈 수 있는 식당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출입구까지 어렵게 갔어도 입구가 휠체어의 폭보다 좁아 들어갈 수 없는 식당도 있었고, 가게 입구 앞 문턱으로 가로막히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대부분 식당의 출입구에는 계단이 가로막고 있었다.
식당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화장실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장소가 좁아 실제 휠체어 이용자가 쓸 수 없는 경우도 존재했다. 장애인 화장실을 짐칸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시간 남짓 돌아본 결과, 수많은 식당과 편의점 중 휠체어 이용자가 갈 수 있는 곳은 7~8곳뿐. 그마저도 동행인이 있어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 최민석 전문리서쳐는 “휠체어 이용자들이 식당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영업자도 많았다. 접근성에 대한 조사를 위해 들어갔다가 내쫓기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다른 곳보다 훨씬 많고, 휠체어 이용자들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편이었다”고 말했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런 활동은 각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많이 해왔지만, 데이터를 모았을 뿐 쓰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의는 서울시 내 지하철역 중 유동인구가 많은 50개 역 주변의 음식점, 카페, 화장실, 편의점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라 밝혔다.동네 맛집들의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홍 이사장은 “개인사업자의 95% 이상이 장애인접근시설에서 면제되는 영세 사업장이다. 그러므로 시설을 갖출 의무가 없다”며 “그래서 휠체어 이용자가 갈 곳이 없느냐.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법이 없으니 인프라가 없고, 인프라가 없으니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무의는 서울지하철교통약자환승지도를 만들었다. 무의가 만든 이 지도를 기반으로 국토교통부에서 최종본을 만들었고, 교통약자를 위한 장애인화장실, 휠체어리프트, 전동휠체어 충전 등 편의시설 정보가 ‘카카오맵’에 포함됐다. 홍 이사장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업체에서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에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우리는 사용자가 직접 참여해 업데이트 되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무의는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5년 결성됐고, 2016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장애-비장애를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퀄리티 높은 콘텐츠 제작을 통해 장애에 대한 부정적·의존적인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며 지난 2017년 서울교통문화대상, 2018년 한국장애인인권상 단체상,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