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킬 일 없는 스마트폰 모양 캠코더 팝니다”

“들킬 일 없는 스마트폰 모양 캠코더 팝니다”

기사승인 2021-06-21 14:49:21
(좌)중고거래 사이트 캡처. (우)국내 한 초소형 캠코더 전문 사이트 캡처.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불법촬영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여성들의 공포도 커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여성들을 불법 촬영하고 이를 유포한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피의자는 여성 전문 운전연수 강사로 교육용 차량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르면, 카메라 등의 기기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엄연한 범죄임에도 불법 촬영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관련 범죄는 지난 2015∼2019년 연평균 6192건에 달한다. 이전 5년(2000∼2014년) 연평균 3330건보다 86% 증가했다. 피해자가 범죄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 범죄는 경찰 공식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에 쓰이는 기기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모방한 위장형 캠코더가 예시다. 국내의 한 초소형 캠코더 전문사이트에서는 시중 스마트폰과 모양이 유사한 캠코더가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화면이 꺼진 것처럼 보이는 상태에서 영상촬영이 가능하다. 판매자는 “상대방에게 노출 없이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이 자연스럽다”고 홍보했다. 

또 판매자는 해당 제품이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립전파연구원에서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적합 등록 필증’ 등 KC 인증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라이터, 자동차 키를 본 딴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불법 촬영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크지만, 별도의 제재는 없다.

국내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액자 디자인의 몰래카메라.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숙박업소에 걸린 일부 액자에 몰래카메라가 내장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시글에 첨부된 액자 사진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 액자다. 작성자는 “울퉁불퉁한 질감을 활용해 카메라 렌즈를 숨긴 유화 그림을 조심해야 한다”며 “판매자들은 여러 가지 그림으로 카메라 외부를 바꾸며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두려움은 크다. 서울시와 나무여성인권상담소가 지난 2019년 서울에 사는 만 19~59세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여성의 80%가 ‘불법 촬영으로 일상생활에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직장인 박모(24·여)씨는 “불법촬영에 초소형 카메라까지 동원되는 현실이 두렵다”며 “언제 어디서 불법촬영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대학생 최모(23·여)씨는 “일상도구 모양을 한 카메라를 어떻게 주의하겠나”라며 “판매 금지 조치를 취하고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규제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를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은 21일 오후 2시 9만1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화장실, 숙박시설, 지하철, 집 등 어디서나 불법촬영을 하는 범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클릭 몇 번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고 마땅한 규제도 없이 버젓이 팔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촬영은 재범률이 매우 높고 악질적인 범죄”라며 초소형 카메라 판매에 제재를 가해달라고 강조했다.

hoeun2311@kukinews.com
최은희 기자
hoeun2311@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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