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하이힐 신은 젊은 여성과 짐을 든 노인이 전력 질주한다. 한 번에 두세 칸씩 계단을 뛰어내리는 건 기본이다. “쿵쿵” 뜀박질은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밀려드는 인파에 어깨를 부딪혀 휘청인다. 승강장도 인산인해. 전동차 대기 줄은 계단까지 이어졌다. 문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꽉 찬 전동차에 몸을 비집다 튕겨 나오는 승객도 여럿이다.
25일 오전 8시. 인천 1호선의 종점이자 공항철도를 지나는 계양역은 아침마다 출근 전쟁을 치른다. 서울로 통근하는 인천 시민이 몰리기 때문이다. 서울역행 공항철도는 붐빌 수 밖에 없다. 5호선·9호선으로 이어지는 김포공항역, 6호선·경의중앙선으로 연결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등 정차하는 6개 역 모두 환승구간이다.
이용객 수에 비해, 운행 횟수는 적다. 공항철도에 따르면 계양역의 오전 7~9시 평균 이용객 수는 1만836명에 달한다. 하루 이용객의 37%다. 출근시간대 계양역은 시간당 9∼10번 전동차가 운행된다. 같은 시간 3분 간격으로 시간당 10∼19번 운행하는 서울도시철도 2호선과 비교하면, 전동차 운행 간격이 두 배가량 차이 난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지침’에 따르면, 승강장 혼잡도는 가장 좋은 상태인 A에서 나쁜 상태인 F까지 6단계로 나뉜다. 출근 시간대 공항철도 계양역 승강장 혼잡도는 E∼F 등급이다. E∼F 등급은 ‘타인과의 접촉 없이 대기 불가능, 타인과 밀착, 심리적 불쾌상태’를 의미한다.
승객은 이용 불편과 안전사고를 걱정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31·여)씨는 “안전사고가 날 것 같지만, 지각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며 “전동차 운행 횟수를 늘렸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신모(61)씨는 “배차 간격이 길기 때문에 한 번 놓치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며 “위험한 걸 알면서도 뛸 수밖에 없는 직장인 마음이 이해 간다”고 말했다.
공항철도 역시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을 강구 중이다. 공항철도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국토교통부와 계양역 승강장 시설 개선 방안으로 승강장 확장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계양역 승강장 폭을 8m에서 15.5m로 확장하는 방안이 최종 결정됐다. 또 사고 방지를 위해 평일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상행 에스컬레이터 가동을 일시 중지했다.
승강장 확장 공사 관계자는 “안전 문제 때문에 확장 공사를 하는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출근길은 혼잡하다. 위험천만한 상황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공사 관계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뛰는 경우가 많다”며 “출근시간대 에스컬레이터 가동을 멈추기는 했지만,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2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승강장 확장 공사 외에도 오는 2025년 전동차와 운행횟수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hoeun23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