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노동계가 요구한 1만800원은 현행 대비 23.9% 증가한 금액이다.
일부 고용주는 아르바이트(알바) 노동자를 채용하는 대신 직접 일하겠다고 답했다. 종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여)씨는 “최저임금이 1만원대로 오르면 자영업자는 모두 망할 것 같다”며 “지난 2018년부터 최저임금이 계속 올랐다. 기존에는 하루에 8시간 정도 편의점에서 일했지만, 현재는 인건비 때문에 일 10~11시간을 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부부 편의점주는 하루에 12시간씩 돌아가면서 일한다”며 “알바생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2·여)씨는 “주 15시간 이상 일을 시키면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알바생이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며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카페 외에도 상점 3곳을 더 운영 중이다. 그는 “인건비가 크게 상승할 경우,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일부는 정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건비 탓에 알바 노동자 없이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신모씨는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 1년 반 전부터 혼자 12시간씩 일하고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잦아들고 경기가 나아져도 알바를 뽑을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같은 날, 취재에 응한 일부 알바 노동자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금 인상이 생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물음에 한 알바 노동자는 “여유가 생기면 저축을 늘리고 싶다”고 답했다.
종로의 한 상점에서 일하는 직원 A씨는 “선진국에서는 최저임금이 대부분 1만원이 넘는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며 “1만원대로 인상되면 직원의 입장에서는 살림살이가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우려도 있었다. 반년 동안 편의점에서 일했다는 알바 노동자 B씨는 “임금이 오르는 건 좋지만 일자리가 줄어들 것 같다. 임금 부담으로 사람을 뽑지 않을 것 같다”며 “지금도 주휴수당은 언감생심이다. (고용주의) 사정을 아니까 따로 요청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알바 노동자 김모(30)씨는 “시급이 오르면 당연히 기쁘다”면서 “임금 올려달라고 이야기하는 게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소상공인들에게 지워지는 부담을 줄일 제도나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2022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800원을 내놨지만 모두 반영되기는 어렵다. 노동계는 지난해 2021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1만77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에서는 오히려 2.1% 삭감안을 내놨다. 양측의 줄다리기 끝에 2021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5% 인상된 8720원에 그쳤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2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첫 회의를 지난 4월20일 개최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인 오는 8월5일까지는 인상률을 발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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