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논란의 호텔 후기’라는 제목의 글이 28일 올라왔다. 함께 첨부된 이미지에는 A씨가 지난달 13일 제주도 한 호텔에서 투숙 후 남긴 후기가 담겼다.
A씨는 음식과 경관이 훌륭하다는 호평을 남기면서도 호텔 여성 직원들의 복장을 지적했다. 그는 “여성 직원들의 복장이 너무 남성적이어서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을 넘어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여성미를 자연스레 드러내는 유니폼으로 변화를 준다면 이용객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승무원 유니폼처럼 신체에 밀착하는 치마 유니폼” 등 구체적인 예시까지 제안했다.
호텔 측은 답변에서 “직원들의 유니폼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위해 고려해 제작했다”며 유니폼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게시글을 접한 네티즌은 여성 호텔리어와 승무원을 눈요깃감으로 여기는 행태라며 반발했다. “호텔리어나 승무원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직업에 대한 모욕이다”, “요새도 저런 발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등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 사회 내에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이 남아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6일 발표한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자들은 직장에서 옷차림과 화장 등 외모에 신경 써야 한다’ 등 성차별적 인식이 여성보다 남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대에 맞지 않는 ‘꾸밈 노동’ 강요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꾸밈 노동이란 화장, 패션, 용모 관리 등 여성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요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타이트한 유니폼과 복장 규정이 예시다. 직장인 이모(28·여)씨는 “남성 상사에게 옷차림을 지적받은 적이 많다”며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치마 좀 입고 다니라며 면박 줬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8·여)씨는 “아르바이트할 때 화장하고 꾸미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단정하게 입은 옷차림만으로는 부족한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외모·옷차림을 둘러싼 고정관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장은 “유니폼은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라며 “여성에게만 특정 복장을 강요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용모를 도구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다. 일상화된 외모 품평이 꾸밈 노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미디어에 노출된 여성 신체 이미지가 고정관념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며 “여성 신체를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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