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환 리포트] 마음 면역력

[안태환 리포트] 마음 면역력

글·안태환 프레쉬이비인후과의원 대표원장

기사승인 2021-07-02 11:19:06
의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적 성과를 집대성한 로마의 탁월한 의사 갈레노스는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의 상처를 돌봐주며‘상처는 신체의 창’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의 말은 오늘날의 현대 의학에서도 유효하다. 
 
인간은 상처를 치유하고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능력을 갖춘 포유류이다. 몸에 상처가 나면 인체는 신비하게도 곧장 치료에 돌입한다. 혈소판은 상처 주위에 있는 조직에 달라붙어 피를 응고시키고 손상된 혈관 부위를 방어한다. 흔하게 발생하는  염증도 반전 매력이 있다. 유해한 세균으로부터의 2차 감염을 방지한다. 경이롭다. 흔히들 상처가 아물면서 딱지라 불리는 현상도 알고 보면 손상된 조직을 대체하여 상처를 아물게 하고 손상된 혈관을 보수한 긍정적 결과이다. 대게 아물지 않는 상처는 이러한 면역기능과 치유기능이 저하된 이유일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서 면역력은 외부로부터 유입된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이다. 인체의 건강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면역력은 커다란 역할을 한다. 작은 질환인 감기에서부터 큰 질병인 암에 이르기까지 면역력이 깨지면서 발병하는 질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흡기 질환도 대부분 평소 코와 입의 건강한 일상 수칙을 지켜낸다면 면역력 저하 없이 매우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갈레노스의‘상처는 신체의 창’은 의학적 명언이지만 아쉽게도 표면적 상처에 국한된다. 변동성이 큰 현대인들의 삶에 있어 마음의 상처는 발견하기도 치료받기도 용이치 않다. 영국 버밍엄대 재닛 로드 교수는 1년의 기간 동안 사랑하는 이들을 잃거나 깊은 슬픔을 겪은 이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가 마음의 상처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이 폐렴 같은 박테리아 감염과 싸우는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neutrophil)의 항박테리아 활동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수치가 크게 높다는 사실도 규명하였다. 만병의 근원이 된다. 

일상을 살다 보면 타인이 주는 마음의 상처는 다반사이다. 어설픈 위로는 오히려 2차 가해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 자기 치유의 면역력을 가진 이들은 버틸 수 있지만 대게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제아무리 타인의 시선과 평판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으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외부로부터 얻어진 마음의 상처에도 굴하지 않는 스스로의 면역력은 흉터를 두려워  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내면의 힘이 단단해지면 마음의 상처에 옹골진 딱지가 내려앉는다. 치료의 시작은 의사와 환자의 교감이라는 지혜는 틀림없다. 그러하기에 환자의 마음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치료 전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실화 영화‘패치 아담스’는 마음의 면역력이 그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권위를 벗어던지고 광대 복장으로 환자를 즐겁게 해주고 희망을 주는 의사, 헌터 아담스에게 환자들은 큰 힘을 얻고 회복되어 가는 눈물겨운 과정을 그려낸다. 

영화 속 한 장면, 의대생들이 교수와 같이 병원을 돌며 환자들을 진찰한다. 이윽고 병실이 아닌 복도에 놓여 진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여성 환자 앞에서 학생들은 교수들에게 환자의 증상과 치료 예후를 묻는다.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발가락 궤양이기에 절단 가능성이 오고 간다. 이 말을 듣는 여성 환자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때 "환자의 이름은 무엇이죠?"라는 질문이 학생 중에서 나온다. 아담스이다. 건조한 의학적 질문들이 오고가는 분위기에서 환자 이름을 묻지만 그 누구도 이름을 아는 이는 없다. 또 다른 임상지식을 얻기 위해 이동하는 무리들을 뒤로하고 아담스는 환자에게 다가가 이름을 묻고 반갑다는 인사를 건넨다. 손도 지그시 잡아준다. 두려움에 떨었던 환자는 환한 미소를 보인다. 치료에 대한 환자의 긍정적 면역력의 시작이다.

마음의 질병은 신체에 난 상처와 달리 쉬이 발견되지 않는다. 질병을 중심에 둔 의사가 아닌 환자를 중심에 둔 의사로서의 길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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