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최은희 기자‧신민경 인턴기자 =주휴수당 기준인 ‘15시간’을 넘지 않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쪼개기 알바’가 ‘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불안정 노동의 책임을 개인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 속에 정부가 뒷짐을 진 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마리를 풀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휴수당’의 역설… ‘쪼개기 알바’로 오히려 빈곤해진 2030
지난달 청년유니온이 발표한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1%가 주당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10시간 미만을 일한다는 응답도 20.3%나 됐다.
특히 같은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주휴수당을 지급받는 경우는 단 14.1%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경우를 제외하면 결국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82.6%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는 초단시간 쪼개기 고용 실태가 만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알바 쪼개기’는 단시간 노동자를 ‘추가 근무’로 몰고 있다. 초단시간 알바를 하는 경우 추가 소득활동을 하는 비율은 27.4%였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인 15.9%보다 훨씬 컸다. 특히 추가 소득 활동조차 초단시간에 해당하는 경우가 무려 79.3%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결국 15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도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이틀 동안 하루 3시간씩 일한 청년 아르바이트생은 “소득이 적어 최근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며 “주휴수당은 고사하고 이렇게 몇 시간이라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 게 오히려 감지덕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15시간을 기준으로 달라지는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쪼개기 고용의 유인이 매우 강하다”라며 “짧은 근로시간으로 인해 노동자의 소득도 낮아졌다. 결국 추가소득활동을 강제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우리도 어렵다”는 자영업자들… “코로나19로 수입 부족”
하지만 자영업자의 고충도 크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최저임금이 상승할수록 주휴수당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은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분석한다.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에 따르면 2020년 법정 최저임금(시급 8,590원)을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319만명으로 드러났다. 비율(최저임금 미만율)은 15.6%에 달한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게 나타났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약 365만명 중 36.3%인 132만명이 최저임금 미만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 수록 최저임금 인상분을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과 매출 감소 등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경기도의 주택가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시민은 “쪼개기 알바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못할 일인 건 안다”면서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져가는 수익이 턱없이 부족하다. 임대료‧인건비에 주휴수당까지 부담이 너무 크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총 관계자 역시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주휴수당이 최저임금에 연동이 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 회복도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현재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상공인들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알바 쪼개기 고용이 나타나는 이유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을의 전쟁’된 주휴수당… 문제는 ‘甲’
문제는 ‘주휴수당’의 문제가 이른바 ‘을(乙)의 전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휴수당이 최저임금과 연동되는 탓이다. 노동계와 사용자 측 모두 주휴수당의 부작용에 관해서는 공감하고 있음에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들은 실질적 갑(甲)인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주휴수당을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법안이 촘촘하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직접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알바생인 한 20대 청년 역시 “시급으로 먹고사는 알바생에게는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게 훨씬 안정적이다. 출퇴근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돈이 더 나가는 느낌”이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들은 모두 ‘최저임금위원회’를 언급했다.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역임했던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주휴수당은 최저임금에 연동된다”며 “최저임금은 사실상 정부가 정한다.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정부에서 임명하는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주휴수당을 포함해 논의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측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조금 더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 의원실 관계자는 “주휴수당을 포함한 쪼개기 알바 방지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최저임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산정할 때 이 부분까지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사 양측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정부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상공인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항상 전달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지 않았을 때는 문제가 덜 드러났다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도 마찬가지였다. 이채은 위원장은 “자영업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물론 초단시간 차별 해소 등 구조적 대책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러한 현실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사용자와 노동계의 문제도 있다”면서도 “제도 개선과 결정 과정에 대한 보완도 분명히 필요하다. 고용효과에 대한 연구만 있을 뿐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 나오는 주장들이 제대로 확인되거나 논쟁이 되지 않는다. 개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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