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는 7일 오후 12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이모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과 동료 청소노동자, 유가족, 서울대 학생 등이 참석했다.
이씨의 남편인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내는 언론사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15년 전, 남을 돕기 위해 비영리단체(NGO)에 몸을 담았고 가족과 함께 세네갈로 떠났다가 지난 2017년 귀국했다”며 “2019년 11월부터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걱정 없이 자녀들을 공부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저희 부부는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며 “자식 같은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일은 고됐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배달음식을 주로 먹었다. 쓰레기양이 매우 늘었다”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학교 측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군대식으로 관리를 했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과 A씨에 따르면 이씨는 사망하기까지 학교 측의 갑질에 시달렸다. 지난달 1일 청소노동자를 총괄하는 안전관리팀장이 새롭게 임명됐다. 안전관리팀장은 노동자들의 근무 질서를 잡겠다며 매주 수요일 오후 청소 노동자 회의를 신설했다. 회의 참석 시, 정장 등 단정하고 예쁜 옷을 입을 것을 지시했다. 작업 복장으로 온 인원에게는 점수를 감점하겠다고 했다. 같은 달 9일부터는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시험이 치러졌다. 이들이 일하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자로 쓰게 했다. 기숙사의 개관연도와 각 건물의 준공연도 등도 출제됐다. 누가 몇점을 맞았는지 공개됐다.
A씨는 “묻고 싶다. 2021년도에 이런 일들이 벌어져야 하겠느냐”며 “저는 제 아내를 다시 볼 수 없지만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근로를 이어가서는 안 된다. 출근하는 가족의 뒷모습이 마지막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서울대 측에 3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동자는 적이 아닙니다. 강압적인 태도로 대우해 주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하러 왔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서울대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배려해 꼭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노사가 협력해 열심히 일하고 대우받는 일터가 되도록 해주십시오 등이다.
A씨는 기자회견 말미 한 가지를 더 부탁했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누구도 퇴직당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란다”며 “‘그분’도 한 가정의 아버지이고 가장”이라고 말했다. 그분은 갑질 당사자로 지목된 안전관리팀장을 지칭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건물 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심근경색에 의한 병사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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