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DRX가 길고 길었던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값진 1승을 추가했다.
DRX는 8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 프레딧 브리온과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0승 8패를 기록중이던 DRX는 이날 승리로 1승 8패가 됐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DRX가 이렇게 위기를 맞을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비록 지난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에는 6연패에 빠지기도 했지만, 1라운드까지만 해도 DRX는 6승 3패의 성적으로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서머 스플릿 첫 경기 젠지 e스포츠를 상대로 1세트를 따내기도 했다.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는 오지 않았다. 젠지전 패배를 시작으로 DRX는 리그 8연패를 기록했다. 스프링 스플릿까지 포함하면 14연패였다.
시즌 초반 밝았던 선수들의 표정도 점점 어두워졌다. 패배가 쌓여갈 때마다 선수들의 얼굴에는 조급함이 묻어났다. 실제로 지난 3일 리브 샌드박스에게 2대 1로 패한 뒤 DRX 선수단은 멘탈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일각에서는 DRX가 리그 전패를 걱정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정도였다.
반전의 모멘텀은 8일 프레딧 브리온 전에서 생겼다. 이날 DRX는 LCK 챌린저스 리그(CL)로 내려간 ‘바오’ 정현우, ‘베카’ 손민우를 대신해 ‘태윤’ 김태윤과 ‘준’ 윤세준을 로스터에 올렸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로스터 변경은 ‘씨맥’ 김대호 감독 입장에서도 큰 모험이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과감한 선택은 신의 한 수 가 됐다. 두 명의 신예 바텀듀오는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라인전을 리드했다. 주도권 없이 상대방에게 압박당했던 바오-베카 듀오와는 차이가 있었다.
바텀에서 사고가 나지 않자, 모처럼 ‘킹겐’ 황성훈도 힘을 냈다. ‘표식’ 홍창현과 함께 황성훈은 프레딧 탑 라이너 ‘호야’ 윤용호를 상대로 주도권을 가져왔다. 사이드 라인 안정감이 생기자 오브젝트를 챙기는 과정도 매끄러웠다. 이날 DRX는 여느때와 다르게 스스로 오브젝트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상대가 취하고 남은 것을 울며 겨자먹기로 가져온 이전 경기와는 분명 달랐다.
경기 종료 후 김 감독은 공동 인터뷰에서 “이제 한 판 이겼다. 시즌에 한 두 번 미끄러지더라도, 롤드컵을 목표로 하지 못하더라도, 팀의 방향을 잡는 라인업을 만든 거 같다. 오늘의 승리가 시작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좋거나 본질이 뛰어나면 좋은 결과가 따라 올 거라 생각한다”면서 “스크림이나 실전에서도 경기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새로 콜업 된 선수들이 게임에서 지더라도 콜이나 게임 방향성을 잡는 걸 보면서 앞으로 잘 될 것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DRX는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8강 주역 ‘도란’ 최현준, ‘쵸비’ 정지훈, ‘데프트’ 김혁규, ‘케리아’ 류민석을 떠나보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DRX의 여정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봄 홍창현을 중심으로 새로운 멤버를 꾸린 DRX는 또 한번의 가능성을 선보이며 소년만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올 여름 이 만화는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직 결말은 나지 않았다. 만화의 주인공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한 번은 넘겼다. DRX가 써가는 소년만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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