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도 힘들지만 치료비 때문에 죽게 생겼다”

“폐암도 힘들지만 치료비 때문에 죽게 생겼다”

‘희망 고문’에 지친 
폐암 환자 보호자 
정부에 민원 제기한 사연

“의사 권유로 ‘타그리소’ 복용
X레이로 보니 종양 없어지고
2년 가까지 건강 유지

치료효과 확실치 않다며
심평원 1차 급여 3차례 거부
4주 약값만 600만원
돈 없어 치료 포기 않도록
1차 급여화 조속히 적용을“
1713명 서명 재심의 촉구

기사승인 2021-07-12 08:35:15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4기 폐암, 뇌 전이로 3개월 시한부 통보를 받았던 아내가 뇌 종양제거 수술 후 의사의 권유로 타그리소 복용을 시작했다. 뛰어난 효과로 엑스레이 상 종양이 깨끗하게 없어지고 2년 가까이 건강하게 치료받고 있다. 그런데도 치료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고 1차 급여를 3번이나 거부당했다. 고가의 약가 때문에 타그리소를 먹지 못한 주변의 여러 환자들이 아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4주 600만원인 약가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타그리소 1차 급여화를 조속히 해달라.”
 
폐암 아닌 폐암 치료비 때문에 죽게 생겨…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 해결해야

지난 6월 폐암 환자 보호자들은 타그리소 급여 재심의를 촉구하는 민원을 보건복지부(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제출했다. 해당 민원에는 타그리소 급여 재심의를 촉구하는 폐암 환자와 가족, 지인 등1713명의 서명이 포함됐다. 폐암 치료에만 매달려도 모자란 환자와 보호자들이 직접 나선 이유는 2년 넘게 지지부진한 타그리소 1차 급여 때문이다. 현재 타그리소는 1차 치료 시 비급여로 한 달 약값만 600만 원 가량 든다. 환자와 가족들은 암 보다 암 치료비가 무섭다고 호소한다.
 
심평원 등에 민원을 직접 접수한 환자 보호자 A씨는“벼랑 끝 심정으로 온라인 서명 운동을 펼쳤는데 하루 만에 서명자가 1천명이 넘는 것을 보면서 타그리소가 폐암 환자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약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정부만 이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탄식했다.
 
현재 타그리소는 3년째 항암제 급여의 첫 관문인 심평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존치료제와 다른 급여 잣대… 형평성 따라 PFS로 타그리소 유용성 따져야 할 것 

타그리소는 2018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으나 급여는 여전히 2차 치료에 머물러 있다. 가장 최근 암질심에서는 기존 결정을 번복할 만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1차 치료 급여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대한폐암학회 김영철 이사장(화순전남대병원)은 “심평원 암질심이타그리소1차 급여 심사를 앞두고 3개 학회에 의견 조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학회에서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하기에는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결론적으로 폐암 학회에서만 의견을 제출했으나 이마저도 암질심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참고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타그리소는 환자와 의료진의 요구도가 큰 약물로 임상 현장의 의견 수렴이 매우 중요한데 최근 암질심 의사 결정 과정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편, 암질심의결정을 두고 전문가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타그리소는 글로벌 3상 임상(FLAURA)의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 PFS)’에서 기존 치료제대비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아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됐고,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46여국에서 1차 치료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국제 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선도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은 타그리소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 EGFR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들은 모두 무진행 생존기간(PFS)데이터를근거로1차 치료제로 급여를 받았다. 이미 과학적으로 설계된 글로벌 3상 임상 통해 1차 평가지표인 PFS를 유의미하게 개선한데다, 뇌전이와 3년 전체 생존기간(OS)등까지 입증한 치료제(타그리소)에만 유독하위 데이터를 잣대로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급 종합병원 종양내과 B교수는 “진행성 폐암은 완치가 불가능하고 예후가 불량해 치료 선택 시우선적 고려 사항은 암의 진행 없이 오래 살 수 있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폐암을 비롯한 많은 표적치료제 임상 연구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를1차 평가지표로 삼는 이유다. 타그리소는 폐암 1차 치료에서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고, PFS 측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약물임에도1차 치료급여가 지연되어 환자와 의료진의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타그리소 1차 급여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장관을 대상으로 타그리소 1차 급여를 직접 촉구한바 있으며, 최근 본지가 20여개 환자단체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5인과 함께 진행한 간담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타그리소가 치료 효과는 좋으나 막대한 치료비로 환자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재신청을 하는 대로 암질심에서 논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지 최대한 알아보겠다”고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도 “작년 복지위 국감에서 타그리소 1차 급여 이슈가 제기된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폐암 환자 보호자 대표가 지난 6월 16일, 서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직접 방문해 타그리소 1차 급여화 재심의를 촉구하는 민원과 서명문 1713장을 접수했다. 사진=한국혈액암협회 제공
폐암 환자 보호자 A씨는 “제조가 의심스러운 해외 불법 복제약에 매달리면서까지 타그리소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환자들의 참담한 심정을 제발 알아봐 달라”며 “효과가 의심스럽다면 타그리소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 확인해 보라. 한번이라도 포털사이트 환우 카페에 들어가 눈물로 하소연하는 환자와 아들딸들의 사연을 보라”고 울분을 토했다.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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