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인권 침해 제기한 간호사, 병동 출입 금지됐다…'태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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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2년, 행동하는 간호사회 "법 실효성 강화" 촉구

기사승인 2021-07-16 10:04:30
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년을 맞은 가운데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이하 행간)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법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사각지대인 소규모(5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을 적용하고, 간호인력을 충원해 1인당 적정 환자수를 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간에 따르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 고 응답한 비율은 32.9%로 지난해 36%보다 감소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68.4%는 ‘참거나 모르는 척을 했다’ 고 답했다. 그 이유는 ‘대응을 해도(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거 같아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행간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의 단초가 됐던 고(故)박선욱간호사, 고 서지윤간호사 이후 산재 인정 등의 변화도 있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웠다”며 “간호사들이 업무 중 다른 직군, 상급자, 동료들의 폭언, 폭행을 당하는 사례는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외에도 업무배제, 비하, 무시, 업무전가, 따돌림 등 신규간호사, 경력간호사 할 것 없이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간은 간호사 A씨의 사례를 언급했다. A씨는 정신병원에 근무하며 환자를 임의로 안정실에 격리하거나 대리처방을 하는 등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알게 됐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 뒤로 병원에서 원래 병동 업무가 아닌 단순히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하는 업무로 전보되어 의자 하나만 놓고 근무해야 했다. 병원에서는 A씨에게 과소업무를 배정한 후 병동 출입을 하지 못하게 했고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는 엄연한 직장 내 괴롭힘이지만 이를 신고했음에도 처리 절차(조사, 징계)가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A씨는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다. 결국 A씨는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하게 됐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가해자가 직장 내부의 사람인데 신고는 직장에 해야 하다 보니 피해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행간 측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권고사직을 당하게 된다. 회사 내에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도 있지만 근로감독관에 의해 2차 가해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어 그 피해는 오로지 피해자가 감당해야 한다. 

행간은 “게다가 이조차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위의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을 감소에 기여했냐는 질문에 ‘줄어들지 않았다’고 대답한 사람이 46.7%였다”라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법안이 실제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한계점은 계속되고 있다. 이 법안이 좀 더 실효성을 가지려면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하고 직장 내부가 아닌 따로 독립된 신고 창구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사건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간은 또 다른 간호사B씨의 사례도 공개했다. B씨는 자신이 과거에 당했던 직장 내 괴롭힘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하여 폭로했다. 이는 많은 간호사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아직도 만연한 직장 내 괴롭힘의 현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돌아온 것은 사과가 아니라 명예훼손이라는 고소장이었다. 또한 가해자의 주변사람들로부터 모욕, 협박도 받아야했다. 

행간은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이를 사업장에 신고할 수 있느냐.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문화, 교육을 빙자한 괴롭힘은 근절돼야 한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며 각 사업장에서 의무교육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이를 통해 조직문화를 새롭게 발전시켜 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쉴 시간도 모자란 간호사들에게 오히려 교육은 업무부담이 되곤 한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직장 내부의 노력도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이는 간호인력 충원을 통한 1인당 적정 환자수 배정, 노동조건 개선과 같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간은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법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간은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따로 독립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기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사각지대인 소규모(5인 미만) 사업장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또 병원 사업장은 간호인력을 충원해 1인당 적정 환자수를 배정하고 간호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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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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