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4단계가 진행 중인 가운데 쿠키뉴스가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 상위 대형건설사들의 현장 관리를 확인해 본 결과, 종전과 마찬가지로 정상 가동되고 있었다. 공사기간이 늘어날 경우 공사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 건설사는 공통적으로 현장에서 ▲출입구·화장실 등 현장 내 손세척용품과 소독제 비치 ▲화장실·휴게실·식당 등 공용시설 환기 및 방역소독 ▲출근 시 체온측정과 집합 교육·조회 지양 ▲예방수칙 교육·홍보 등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일 검역 및 방역, 외부인 출입제한 등은 기본으로 하되, 점심시간을 분산하고 근무공간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장의 경우 외부공간이다 보니 코로나19 타격은 아직까지 없다”면서도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모여서 하는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현장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오는 20일부터 지금보다 한 단계 더 강한 ‘열돔’ 형태의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예보했다. 열돔 현상은 더운 고기압이 대기 중에 자리 잡은 채 지표면 부근의 열기를 가두는 현상이다. 낮 동안 내리쬔 햇볕으로 달궈진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고기압이 압력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폭염일수가 늘어날수록 건설현장 내 온열질환자가 늘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 재해자는 총 156명이다. 이 중 26명이 사망에 이르렀고, 건설업에서는 70%를 웃도는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을 할 경우에는 호흡이 가빠지고 심박수, 체감온도가 급상승 할 수밖에 없다. 또한 휴게 공간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더위를 제대로 식히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확진자 발생하면 공기 맞추기에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뙤약볕 아래에서 일을 하다 보니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상반기 건자재 수급 불안도 건설현장을 괴롭히는 악재다. 올해 상반기 철강재를 중심으로 치솟던 건설자재 가격은 시멘트, 레미콘, 목재까지 이어지면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철근 도매가격은 지난 5월 기준 전년동월 대비 41% 올랐다. 이에 따른 유통가격은 톤 당 65만원에서 120만원으로 85% 상승했다. 이후 철근 가격은 더욱 상승해 최근까지 톤당 130만원~140만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말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철근 자재비는 공사비의 3%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현 추세가 계속될 경우 전체 공사비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레미콘 등 건설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올해 3~4월만 59개로 나타났다. 철근·형강은 공사 중단 원인이 된 자재 중 가장 많은 비율(43곳)을 차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재가격이 상승하면서 계약된 공사금액을 초과하고 그 비용규모가 커지면 각 공사의 실행률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오른 자재가격을 조정 받지 못한다면 공사를 완료하더라도 적자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같은 자재 수급 불안은 상반기부터 시작됐으며 대형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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