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갑작스러운 ‘배우’ 선언을 했다.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며 ‘압도적 1위’라는 자리가 흔들리자 대권 전략 수정을 시사한 것이다. 배우론을 내세워 대선 행보 재정비에 나선 윤 전 총장이 지지율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으로 배우만 할 것”
윤 전 총장은 지난 24일 그의 대선 캠프인 이른바 ‘국민 캠프’에 새로 합류할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이제 앞으로 배우만 하겠다. 여러분이 알아서 잘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윤 전 총장의 깜짝 선언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4일 “대선 후보는 ‘배우’ 역할만 해야 한다. 지금처럼 감독과 배우 역할을 다하려고 해선 안 되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며 윤 전 총장의 최근 정치 행보를 비판했다.
총 9명의 인사를 추가 영입한 윤 전 총장은 정책·기획·공보 등 연출에서 손을 떼고 ‘배우’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캠프가 새 단장을 한 만큼 지지율 반등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윤 전 총장이 ‘배우’ 자격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후보가 배우가 되겠다는 것은 꼭두각시일 뿐”이라며 “국가와 국민의 불행”이라고 질타했다.
“칼잡이 검사가 사람 잡는다”… 실언 덮을 대안 제시할까
정책 비전 제시는 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정치참여 선언을 하며 화려하게 정치권에 등판했지만 잇단 실언에 국정 운영 철학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주 120시간 근무제’ 발언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며 현 정부의 주 52시간 정책을 겨눴다. 노사 자율로 노동시간을 정해달라는 취지의 현장 목소리 전한 것이다.
이에 윤 전 총장의 노동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은 우리 사회의 과로 노동 실태, 노동 현장 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시대착오적 노동인식이라는 지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20시간이면 주 5일을 하루 24시간씩 1분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며 “칼잡이 솜씨로 부패를 잡으려는 게 아니라 사람 잡는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역주의 감정을 부추겼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 시민의 상실감이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초기 코로나19가 퍼진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대처가 안 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대구를 치켜세우면서 불필요한 지역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대와 협력의 자랑스러운 상징이 된 대구를 다른 지역과 갈라쳐 지역감정에 불을 붙이려 했다”고 했고,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도대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다른 지역’은 어디를 말하는 거냐”라고 지적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윤 전 총장은 “세금을 걷었다가 나눠주느니 안 걷는 게 낫다”고 발언해 세금 문제, 경제 등에 대한 ‘공백’을 드러냈다. 여권에선 “중학생도 세금을 왜 걷는지 안다(김두관 민주당 의원)”, “국가지도부 된다더니 국가의 책무 전혀 인지하지 못해(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주요 정책에 대한 발언들이 잇따라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치인 윤 전 총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윤 전 총장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국가 안보, 경제·사회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 국민께 그 답을 내놓는 게 급선무다”라며 “늦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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