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있었다…경영진은 알고도 ‘쉬쉬’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있었다…경영진은 알고도 ‘쉬쉬’

고용부 특별근로감독 …5월 근로자 사망 이후 대대적 점검
상사 폭언·격무 정황, 동료 진술·일기장 등서 확인
괴롭힘 신고도 알아서 ‘킬’…신고채널 있으나 마나
직원 52% “최근 6개월 간 한 차례 이상 괴롭힘 겪어”
네이버 “고인- 유가족에 죄송…신고자 불리한 처우 없어”

기사승인 2021-07-27 17:02:18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근로자 사망 사건으로 공분을 일으킨 네이버에서 실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고, 사용자인 네이버는 이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공식 결론이 나왔다.

네이버는 유족 아픔에 통감하면서도 관계부처가 밝힌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임금체불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고용노동부는 27일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감독은 네이버 노동사 사망 사건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조직문화와 근로조건 전반에 관한 심층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실시됐다.

지난 5월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근로자 A씨가 숨졌다. 당시 A씨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용부는 사건이 있고난 지난 6월 9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성남지청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임원급인 직속 상사로부터 지속해서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들었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숨지기 전 격무에 시달린 사실도 같은 부서 직원 진술과 일기장 등에서 확인됐다.

고용부는 “이와 같은 행위는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지위나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신체적인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기준법 상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안 경우에는 지체 없이 사실 확인 조사를 해야 함에도 네이버는 사망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알고서도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사용자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채널’도 있으나 마나한 존재였다. 

네이버는 2019년 7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접수된 사안 중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데도 ‘불인정’ 처리하는 등 일부 신고를 불합리하게 처리했다. 

가령 직속 상사 모욕적 언행이나 과도한 업무부여, 연휴기간 중 업무 강요를 ‘괴롭힘’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직속 상사 의도적 업무 배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외부기관 의견도 무시했다. 

네이버는 또 긴급하게 분리조치를 한다는 명목으로 가해자가 아닌 A씨를 소관업무와 무관한 임시 부서로 배치하고, 직무도 부여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 노동부는 이 모든 게 ‘불리한 처우’라고 봤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직원은 A씨 말고 더 있었다. 임원급을 제외한 직원 약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익명 설문조사 결과 52.7%가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다.

응답자 10.5%는 최근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해서 겪었다고 진술했다.

그런가하면 최근 3년간 임신한 여성 근로자 12명에게 시간외 근로를 시키고,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근로자에게도 고용부장관 인가를 받지 않고 야간·휴일근로를 시켰다. 

임금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최근 3년간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약 86억7000만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걸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법 위반 사항은 일체 검찰로 송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고용부 감독 결과 발표에 즉각 사과문을 냈다. 

네이버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보다 심도 깊고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대책을 마련해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다만 고용부 측이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거나, 연장근로자 수당을 미지급한 경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독결과에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도 짚었다.

경영진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알고서도 조사 진행이나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추가로 소명할 사항이 있어 향후 조사과정에서 좀 더 소상히 설명 하겠다”고 밝혔다.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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