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한국 수영의 미래’ 황선우(18)에 수영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황선우는 27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수영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5초26를 기록하며 전체 7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비록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인상적인 레이스였다. 이날 결승에서 황선우는 50m와 100m, 150m 구간을 1위로 돌파하며 금메달을 눈앞에 뒀으나 막판에 급격히 속도가 저하되며 뒤로 처졌다.
레이스를 마친 뒤 황선우는 초반 치고 나가는 전략을 준비했다면서도, 취재진을 통해 자신의 기록을 뒤늦게 확인한 뒤 “오버페이스여도 너무 오버페이스였다”며 웃었다.
황선우는 사실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2018년 호주 맥도널드 퀸즐랜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하다. 국내에서 개인 훈련에 몰두하며 조금씩 기록을 줄여나간 그는, 이번 대회 200m 예선에서 한국신기록(1분44초62)을 세우며 39명 중 1위로 준결승에 진출, 국민들 앞에서 화려한 쇼케이스를 펼쳤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민들에게만 눈도장을 찍은 건 아니다. 세계 수영계도 황선우에게 감탄했다. 황선우의 레이스를 지켜본 일본 NHK는 “18세로 아직 어린 선수인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메달을 주고 싶을 정도의 레이스다. 앞으로 이 선수가 이끌고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도 “엄청난 속도”라고 환호했다. 각국의 현장 중계진들도 황선우의 이름을 거듭 연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대회 자유형 100m 금메달리스트이자,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후계자로 불리는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도 황선우를 주목했다. 황선우는 28일 열린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선 47초56으로 1조 3위에 올랐는데, 이 기록은 아시아 신기록이다. 전날 예선에서 자신이 기록한 47초97의 한국 신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준결선이 끝난 뒤 한국 취재진과의 짤막한 인터뷰에 응한 드레슬은 “내가 18살이었을 때보다 더 빠른 선수”라며 “재미있는 레이스가 될 것 같다”고 황선우를 추켜세웠다.
아시아인으로는 65년 만에 자유형 100m 결선에 오른 황선우는 드레슬의 옆에서 레이스를 펼쳤고, 47초82 5위로 일정을 마쳤다.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황선우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더욱 기대되는 건 황선우가 여전히 성장 중인 선수라는 점이다. 그는 아직 웨이트 트레이닝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아 근력이 부족하다. 폐활량과 체력도 정상급은 아니다. 스스로도 “체력 부족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아직 미성년이라서 최근에서야 조금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제대로 체력 관리를 시작하면 근력, 근파워 등이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제대회 등을 거치며 경험이 쌓인다면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대회 200m에서 황선우의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수영선수들의 전성기는 대개 20대 초‧중반이다. 황선우는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에 21세가 된다. 체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겸비하면 박태환에 이어 또 다른 수영 스타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빠르면 다음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빛 레이스가 펼쳐질 수도 있다. 현재로선 아시아 내에서 황선우를 막을 선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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