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야·배·축 결전의 날…이 말만은 말아줘요

[올림픽] 야·배·축 결전의 날…이 말만은 말아줘요

기사승인 2021-07-31 07:00:04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31일은 방송사 간 올림픽 중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날이다. 오후 7시 야구 오프닝라운드 한국 대 미국 경기를 시작으로, 오후 7시40분 여자 배구 예선 한국 대 일본, 오후 8시 남자 축구 8강전 한국 대 멕시코의 경기가 이어져서다. 선수들만큼이나 경기 준비에 열심일 해설자들을 위해 ‘중계 도중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정리했다. 때론 ‘할 말을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할지니. 아래 내용을 숙지해 ‘흑역사’ 적립을 피해보자.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 대표팀.
성차별하지 말아요

지난 25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한국대표팀이 1위를 확정짓자 MBC 해설자는 “‘태극 낭자’들의 꿈, 올림픽 9연패가 현실이 됩니다!”라고 외쳤다. 경기 시작부터 “대한민국 ‘여전사’들이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습니다”라고 소개한 SBS 해설자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누는 대표팀 선수들을 보며 “얼음공주가 웃고, 여전사들이 웃는 모습이 너무 좋네요”라며 흐뭇해했다. ‘태극 전사’처럼 성별 중립적인 단어로 표현되는 남성 선수들과 달리, 여성 선수에게 쓰이는 수식어는 성별을 부각한 단어가 많다. 이는 성별 중립 단어의 기본 값을 남성으로 설정해 여성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성차별적이다. 반면 KBS 강승화 아나운서는 양궁 여자 개인 16강전에 나선 장민희 선수를 소개하면서 ‘여궁사’로 표기된 자막을 ‘궁사’로 고쳐 읽어 호평 받았다. 그는 스포티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궁사는 (성별에 관계없이) 다 같은 궁사”라며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유빈과 맞붙은 룩셈부르크 여자 탁구 국가대표 니시아리안.
상대 선수를 존중해요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정신이 무색할 만큼, 과정이 아닌 결과에만 열을 올리는 해설도 잦다. KBS 해설자는 지난 26일 열린 배드민턴 혼합 복식 A조 예선 3차전 경기를 해설하며 “여자선수가 실수를 많이 해야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쉬운데”라고 말했다. 24일 양궁 혼성 단체 결승전에서는 한국대표팀의 세트 승리가 확정되자,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의 플레이를 보며 “의미 없죠. 10점 쏴도 못 이깁니다”라고 발언했다. ‘이기는 것보다 잘 싸우는 게 중요하다’는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해설들이다. KBS는 또한 25일 여자 탁구 단식에서 한국 대표 신유빈과 맞붙은 룩셈부르크 대표 니시아리안을 “마흔한 살 많은 언니” “숨은 동네 고수”로 묘사해 질타 받았다. 상대 선수의 연륜과 경력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은 표현이 문제시된 것이다. 개회식 해설 당시 참가국 소개에 부적절한 사진을 넣어 논란이 됐던 MBC는 25일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한국과 루마니아와의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 선수를 가리켜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넣어 물의를 빚었다.

동메달은 목에 건 안창림.
금메달, 맡겨놓지 않았어요

금메달지상주의에 빠진 해설도 비판 대상이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고개조차 들지 못했던 시대는 빠져나왔지만, 은·동·무(無) 메달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올림픽 때마다 튀어나온다. MBC 해설자는 지난 26일 열린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재일동포 3세 안창림이 승리를 거두자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고 말해 질타 받았다. 그는 즉각 “선수들이 지난 5년 동안 흘려 왔던 땀과 눈물, 그에 대한 대가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SBS 해설자는 남자 태권도 80㎏초과급 동메달을 따낸 인교돈에게 “비록 금메달은 아니지만”으로 시작하는 축하 인사를 건넸고, 여자 태권도 67㎏ 초과급 은메달리스트 이다빈에겐 ‘메달 색깔이 바뀔 때까지 계속 노력하라’는 격려를 반복했다. 하루 전날인 25일에는 양궁 여자단체전을 중계하던 MBC 해설자가 ‘양궁 금메달은 당연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이후 “양궁에서의 금메달은 당연하다는 표현을 썼는데요. 절대 당연하지 않은, 정말 고마운 금메달입니다”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연합뉴스 제공, KBS 중계화면 캡처.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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