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할 수 있다”, “자, 가자”
도약에 앞서 우상혁(25)이 깊게 심호흡을 내쉬었다. 이내 입가에 번지는 미소. 짧은 거리를 내달려 힘차게 도약한 우상혁은 한국 육상 역사를 넘었다.
우상혁은 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뛰어넘어 한국 신기록을 작성, 4위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1997년 6월 20일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이진택이 세운 2m34다. 4위는 한국 육상 트랙·필드의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이다.
기적을 써낸 우상혁은 사실 올림픽에 나서는 과정부터가 기적에 가까웠다. 대회를 하루 앞둔 날까지도 기준기록 2m33을 통과하지 못해 올림픽 참가 자격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세계육상연맹 랭킹 포인트를 반영하는 마지막 날인 지난 6월 29일 열린 높이뛰기 우수선수초청 공인 기록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인 2m31을 달성, 극적으로 랭킹 포인트 32위 중 31위에 들었다. 그야말로 막차를 타고 도쿄에 입성한 셈이다.
하지만 대회를 거치면서 우상혁은 또 한 번 성장했다.
지난 30일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를 뛰어넘어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육상 트랙과 트랙을 포함해 올림픽 결선에 오른 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5년 만이다.
결선에서도 자신의 기록을 뛰어 넘었다. 주문처럼 혼잣말을 되뇐 뒤, ‘씨익’ 웃으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에게 기죽지 않고 바를 뛰어 넘었다. 그리고 2m33, 2m35를 뛰어 넘으며 자신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만큼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이 뛴 선수로 남았다.
경기 후 우상혁은 “2019년에 부상으로 방황을 많이 했다. 포기하려 했다”며 “코치님이 다시 한 번 해보라고 얘기를 해주셨다. 그거 때문에 믿고 열심히 했다. 코치님이 많이 끌어주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 코치님이 가장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감을 얻은 우상혁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향한 각오도 밝혔다. 그는 “목표는 우승이다. 난 가능성을 봤다. 난 할 수 있다”며 “이제 파리 올림픽에서는 나 밖에 없는 거 같다. 자신감 하나만 믿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준비가 되면 다 할 수 있는 것을 봤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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