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니브 “무뎌진 마음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있어”

[쿠키인터뷰] 니브 “무뎌진 마음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있어”

기사승인 2021-08-03 07:00:19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삶은 뭘까.’ 싱어송라이터 니브는 첫 음반을 만들며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는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마음을 스친 생채기가 겹치고 겹쳐 깊은 상처가 된 탓이었다. 풀리지 않는 외로움과 허무함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난 죽고 싶은 건지도 몰라.’ 이상하게도, 마음에 진 응어리에서 니브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삶의 역설이란 이런 것일까. 그는 노래했다. “웃음 뒤에 더 깊은 밤이 와도 / 내일은 반드시 온단 걸.”(신곡 ‘투: 디어 마이 프렌드’ 가사) 최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니브가 들려준 얘기다.

숨을 쉴 완벽한 이유를 찾으면서

“살기 위해 만든 음악이었어요.” 니브는 지난달 27일 발매한 첫 번째 미니음반 ‘브로큰 컬레이도스코프’(Broken Kaleidoscope)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룹 엑소 멤버 첸 등 인기 가수와 협업하며 커리어를 쌓아오던 그에게도 삶은 때로 버거웠다. 니브는 “항상 밝은 면만 보려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미지가 누적돼 올해 초에 터졌다”고 돌아봤다. 신곡 ‘메이비 아이 워너 다이’(Maybe I Wanna Die) 가사처럼 그는 ‘숨을 쉴 완벽한 이유’를 찾고 싶었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무엇도 하기 싫은 나날”들로부터 도망쳐 새롭게 다시 살고 싶었다.

그래서 니브는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SNS에 ‘부서진 만화경’(브로큰 컬레이도스코프)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들이 바로 그 편지다. 니브는 다양한 면을 가진 만화경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면서도, 스스로 불완전한 존재라고 여겨 ‘부서진’이라는 단서를 더했다. 글은 자연스레 음악이 됐다. 니브는 리드 싱글로 선공개한 ‘이스케이프’(ESCAPE)를 시작으로 10여곡을 만든 뒤 그 중 5곡을 추려 미니음반으로 내놨다. 음악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처음 내는 음반이었다.

“우리가 매일 느끼는, 그러나 외면하고 지나치는 감정들을 노래에 담았어요. 그 감정을 마주하지 않고서는 희망을 찾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음반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제겐 테라피였어요. 숨기고 싶었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거잖아요. 처음엔 망설임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해방감이 느껴져요.”

무뎌진 마음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있어

니브는 음반을 만들면서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불행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5번 트랙 ‘투: 디어 마이 프렌드’(To: My Dear Friend)에서 “무뎌진 마음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있어”라고 쓴 것도 그런 자각 때문이었다. “인생의 굴곡을 경험해보신 분들이 말씀하시잖아요. 다 그런 거라고,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저도 그런 경지에 도달할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 무뎌지되, 염세적으로 변하지는 않고 싶어요. 쉽지 않겠지만요.”

일렁이는 내면의 파도를 담아서일까. ‘브로큰 컬레이도스코프’에 실린 5곡은 니브가 이전에 발표한 노래들보다 거칠고 자유분방하다. 니브는 “날 것의 음악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중가수이자 작곡가인 그에게 트렌드를 읽고 만인의 취향을 아우르는 능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번 음반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의식하지 말자. 어떤 음악이 인기 있는지 신경 쓰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그보다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 니브는 “장르에는 힘이 들어갔을지언정, 그 외에는 힘을 빼려고 했다. ‘이 또한 저예요’라고 보여주려면, 마음을 많이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 방식대로 완벽한 ‘퍼펙트 댄서’

니브는 솔직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 “상대방이 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제 음악은 있는 그대로 믿으셔도 돼요.”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듣고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는 사람들을 볼 때 그는 가장 행복하다. 인간적으로는 ‘자기 방식대로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다. 신보 4번 트랙 ‘퍼펙트 댄서’(Perfect Dancer)는 이런 바람을 담은 노래다. 남들이 ‘몸치’라고 부를지언정, 춤을 추는 자신만큼은 그 안에서 완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니브는 이 곡에 녹였다.

“내가 숨을 쉬어야 할 완벽한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이유를 찾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삶이라는 걸 이젠 알아요. 요즘은 ‘자유’라는 단어로 머릿속이 꽉 차 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음악의 주제는 그게 될 것 같아요. 자유.”

wild37@kukinews.com / 사진=153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