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아닌 구조조정”…이랜드 리테일, 커지는 노사갈등

“비상경영 아닌 구조조정”…이랜드 리테일, 커지는 노사갈등

“부당 전보·희망퇴직 유도…사측은 책임 회피 중”
노조, 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특별근로감독 요청
사측 “구조조정 아냐…경영 정상화 위한 조치일 뿐”

기사승인 2025-06-09 06:00:07
이랜드노동조합이 지난달 28일 서울 장교동에 위치한 고용노동부 서울청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이랜드노동조합 제공 

이랜드리테일의 비상경영 선언을 두고 이랜드노조는 ‘사실상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며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9일 이랜드노조(이하 노조)는 이랜드리테일이 최근 선포한 비상경영을 두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이랜드리테일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할 예정이다. 

노조는 “실질적인 인적 구조조정이자 자연 해고를 유도하는 계획”이라며 “사측이 부당한 인사 발령과 직장 내 괴롭힘을 자행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 상태다. 부당 전보 조치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는 과거 사례처럼 미흡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2023년 말 고용노동부는 이랜드월드의 송년행사 ‘춤 연습’ 강요와 이랜드리테일의 휴일수당 미지급 의혹으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지만, 결과 발표까지 1년 넘게 지연됐다. 이후 노동부는 논란이 된 휴일 대체 합의서의 유효성을 인정하며 수당 미지급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려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시정을 지속 촉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피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노조가 파악한 지난해 공시와 나이스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모회사 이랜드월드는 44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의 이익잉여금은 약 3100억원, 모회사인 이랜드월드는 약 8700억원에 달한다. 노조는 “회사가 이랜드파크로부터 투자금이나 대여금을 회수하거나 주식을 매각하면 현금난을 해소할 수 있지만, 별다른 시도 없이 인력 감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 발령 논란도 쟁점이다. 노조는 발령 대상자와의 1·2차 면담이 실질적인 협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천안 물류센터로 전보된 직원들은 자택에서 마을버스, 지하철, KTX, 셔틀버스를 거쳐야 해서 실제 통근 시간은 2시간을 넘기지만, 사측은 1시간30분 이내 도착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노사 협의의 진정성도 문제 삼았다. 4월 30일 노사협의회 이후 매주 실무협의회가 열렸으나, 노조 측은 “요구사항에 대한 개선이나 질의에 성실한 답변이 없었고 도돌이표로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회사는 인적 구조조정을 피할 방법이 있었음에도 비정규직 대량 해고, 관리직 부당 발령, 희망퇴직 유도를 강행했다”며 “이번 기자회견은 투쟁의 시작일 뿐,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재조사와 감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주원 이랜드노조 사무국장은 “일각에서는 ‘완전 홈플러스 전조증상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가면 결국 홈플러스 때처럼 구조조정이 굳어질까봐 두려워하는 직원들도 있다”며 “온·오프라인 사업 운영 실패의 책임은 사측에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비상경영을 내세워 인원을 감축하고, 남은 인력에게는 무리한 발령과 과도한 업무를 떠넘겨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안 물류센터 업무는 노동자들의 기존 커리어와 무관한 업무가 대부분”이라며 “천안 물류의 경우 사내 공모를 진행했지만, 지원자가 저조한 관계로 면담대상자 선정 후 발령을 강행 한 것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노조(노동조합)와 이랜드노조로 분리되어 있는데, 뉴코아노조 역시 최근 성명을 통해 “킴스클럽 인력이 이랜드리테일의 주차관리 등 비본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대가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배임죄의 소지가 있다”며 “부당한 인력 파견을 즉시 중단하고, 불가피할 경우 당사자와 사전 협의를 거쳐라”고 요구했다.

천안 물류센터로 인사발령을 받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랜드노동조합 제공

그러나 이랜드리테일은 현재 노조의 반응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해당 전보 발령은 회사의 인사 재량권 내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고,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은 절대 아니다”라며 “현재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매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사측도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22년 물적분할했던 패션브랜드 사업부문과 하이퍼마켓 사업부문을 올해 안에 다시 합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테일과 글로벌 합병을 통해 생산과 판매 일체를 관리하고, 상품과 가격을 유통점에서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어 “구성원의 역량과 직무 연관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이뤄졌고 업무상 필요성과 정당한 절차에 따라 사전 면담 등을 통해서 개인적인 고충도 감안했다”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주장한 유동성 현금 사용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이랜드리테일은 “앞서 노조가 언급했던 사측의 이익잉여금 등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랜드리테일의 오프라인 매장을 살리기 위해 인력 재배치뿐만 아니라 여러 정책을 동시에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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