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쿠키뉴스 윤형기 기자] 귀책사유, 봉입, 익일, 향후…
행정관청에서 허다히 쓰는 낱말들이다. 일반인들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생소한 이런 낱말들이 거리낌없이 사용되고 있다. 국어기본법에 "공공기관은 공문서를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나 문장으로 써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 동두천시가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동두천시는 3일 '공공언어 개선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행정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어렵고 딱딱한 공공언어를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말로 바꿔 나가는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우선 시는 개선이 필요한 공공언어를 제보할 수 있는 '공공언어개선 시민제안' 창구를 운영해 개선 대상 공공언어를 선별하고, 감수과정을 거쳐 개선된 공공언어를 확정한다. 시 홈페이지 내 신설된 게시판을 통해 온라인 접수하거나 시청 자치행정과를 방문, 제보할 수 있다.
제보 대상은 고시·공고문, 행정명령, 홍보물, 법정 민원 서식, 관광안내문, 각종 안내표지판 등 평소 권위적이고 차별적으로 느꼈던 용어나 외래어, 한자어, 일본식 표현 등 쉬운 말로 교체할 필요가 있는 언어가 모두 포함된다. 제보된 내용은 시에서 1차 검토 후 국립국어원에 감수를 의뢰해 최종 확정된다.
또 해당 언어는 공문서 작성 시 바로 개선된 공공언어로 변환되도록 '공공언어 교정사전'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공문서 작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립국어원이 공공기관의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의미에 맞지 않은 어휘, 맞춤법 및 표준어 규정에 어긋나는 표현, 외래어 및 로마자 표기법 오류 등이 많았다.
국어원이 45개 중앙행정기관의 누리집 첫 화면을 조사한 결과 어려운 어휘를 157개나 발견했다. 그 중 불필요한 외래어나 외국어가 71.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한 차례 개선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사용 실태를 점검해 바르고 쉬운 언어를 사용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킬 계획"이라며 "평소 어렵고 불편했던 공공언어를 시민들이 직접 바꿀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주저하지 말고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두천고교 한 국어 교사는 "우리 시의 공공언어 개선사업을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이 사업이 어렵고 잘못된 공공언어를 고치는 첫 발걸음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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