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모가디슈’ 흥행, 기적이라 생각했죠” [쿠키인터뷰]

류승완 감독 “‘모가디슈’ 흥행, 기적이라 생각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08-12 06:00:16
류승완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탈출과 생존. 무거운 만큼 드라마틱한 키워드다. 전작인 영화 ‘군함도’에 이어 ‘모가디슈’로 또 한 번 같은 주제를 들고 온 류승완 감독은, 이를 두고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끌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엑스트라가 투입된 100% 올 로케이션 작품이다. 무모하다는 주변 우려에도 정해진 계획에 맞춰 모든 걸 해냈다. 류승완 감독은 “사람이 원동력”이라며 웃었다. “힘든 것보다 좋은 게 많았다”며 눈을 빛내는 그는 영화인이었다.

‘모가디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200만 관객 돌파를 코앞에 뒀다. 최근 쿠키뉴스와 화상으로 만난 류 감독은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게 기적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는 해외 올 로케이션으로 담아낸 풍광과 실화 바탕의 극적인 스토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민족 정서를 과하지 않게 담아낸 점도 호평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남북한 공관 사람들이 서로 깻잎을 잡아주고 반찬을 밀어주는 밥상 신은 모두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나왔다.

“식사 장면은 모두 대본에 있던 내용이에요. 어린 시절 할머니와 밥을 먹으면 제가 먹으려는 반찬을 앞에 놔주시곤 했거든요. 우리나라 밥상 문화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경험이랄까요? 전작 ‘베를린’에도 비슷한 장면을 넣기도 했어요. 남한과 북한 사람 모두 언어뿐만 아니라 먹고 사는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별한 설명 없이도 그런 모습이 나타나면 좋으리라 생각했죠. 저희 모두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을 테니까요.”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작은 장면에도 세심함을 더한 덕에 영화는 순풍을 타고 있다. 최근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뜸했던 만큼 류 감독은 ‘모가디슈’를 찾는 관객들에 더욱 감사함을 느꼈다. 그는 앞서 언론 시사에서 “‘모가디슈’는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감독의 말처럼 ‘모가디슈’는 아이맥스, 돌비 애트모스, 스크린 엑스 등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화면과 음향에 긴 시간 공들인 만큼 극장 상영에 최적화된 모습이다. 

“영화에 나오는 아프리카의 열기를 느끼길 바라서 개봉 시기를 올해 여름으로 잡았어요. 제작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간 영화여도 흥행 기록을 세우자는 욕심은 없었죠. 그래서 원칙을 세웠어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모가디슈’를 스트리밍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고요.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는 게 저와 제작부의 생각이었어요. 다행히도 저희의 진심을 관객분들이 알아주신 것 같아서 감사해요.”

고민도, 고생도 많았다. 기획 단계부터 쉽지 않던 ‘모가디슈’는 촬영 역시 녹록지 않았다. 제작과 촬영을 도맡은 류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은 스태프와 배우들이었다. “모두가 알아서 서로를 챙겨준 덕에 신경 쓸 일이 많지 않았다”고 회상하던 그는 “힘든데 좋았다. 다시 하라고 해도 언제든 기꺼이 할 것”이라며 작품에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덱스터 스튜디오(이하 덱스터)에 제작을 의뢰받은 순간부터 류 감독은 ‘모가디슈’에 푹 빠졌다. 최초 시나리오에서 많은 부분을 바꿔가며 ‘모가디슈’는 류 감독의 진짜 자식이 됐다.
류승완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모가디슈 탈출 사건은 수년 전부터 관심을 갖던 소재였어요. 덱스터가 판권을 갖고 있대서 인연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우연히 제게 기회가 온 거예요. 처음 받은 각본은 방향성이 완전히 달랐어요. 그래서 영화 완성까지 모든 자유를 준다면 제가 맡겠다고 했죠.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제목도 ‘탈출’에서 ‘모가디슈’로 바꿨어요. ‘탈출’이 상업적으론 쉬운 제목이지만, 저는 모가디슈라는 공간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류 감독은 이번 작품을 만들며 주변에 또 한 번 감사함을 느꼈다. “팀원들이 없었다면 절대 못 만들었을 영화”라고 말하던 그는 아내이자 제작사 외유내강 대표인 강혜정부터 스태프들까지 모두 나열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오랜 기간 동안 쌓은 신뢰가 없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제작의 원동력은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영화를 만드는 현장에는 제정신인 사람이 별로 없어요. 다들 집에서 말 안 듣다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나온 사람들이니까요. ‘모가디슈’를 만들며 느낀 건, 영화인들은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도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번 영화를 찍어보니 어디서든 촬영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더 붙었어요. 어디든, 저를 이끄는 곳이 있다면 또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더 나아갈 테니 응원 부탁드립니다.”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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