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아욱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아욱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1-08-13 18:16:07
박용준 원장
봄 달래, 여름 열무, 그럼 가을에 어울리는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아욱이다. '가을 아욱국은 사위만 준다', '가을 아욱국은 문 닫아걸고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아욱은 부드러운 식감과, 비타민, 각종 무기질 등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한 맛있는 먹거리이다. 특히 된장에 넣어 끓인 아욱 된장국은 많은 사랑을 받는 별미이다. 

아욱은 아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온대와 아열대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2년 생이지만 따뜻한 아열대 지방에서는 여러해살이다. 

한반도에 오래전부터 자생해온 아욱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전국적으로 분포하여 재배되었다. 아욱에 관한 기록은 중국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도 남아있다. 명나라 때 한의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식욕이 끊기면 밥 먹기 전에 아욱국부터 먹어 속을 다스린 후, 식사를 하라’는 처방이 남아있다. 

아욱은 주로 국이나 죽으로 끓여 먹었다. 아욱을 국으로 끓이는 방법은 영조 42년(1766년) 유학자 유중림이 홍만선의 《산림경제》를 증보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는 아욱은 “오장육부가 차고 더운 것의 불균형을 치료하며, 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는 한의학적 이론과 더불어, “아욱에 마른 새우를 넣고 된장국을 끓인다”는 조리법도 수록되어 있다. 

이 조리법은 1921년에 나온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도 이어지고 현재에도 사랑받는 조리법이다. 『조선증보구황촬요朝鮮增補救荒撮要』에는 아욱의 장점이 다음과 같이 소상하게 실려 있다. ‘아욱은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소화를 돕는 효능이 탁월하며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잘 자라고, 더위와 가뭄에도 잘 견딘다.’ 

아욱은 동규 이외에도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들판에서 자주 본다 하여 야규(野葵), 토끼가 좋아하는 풀이라 하여 토규(菟葵), 이슬을 맞고 자란다 하여 노규(露葵)、미끌거리는 성질이 있다 하여 활채(滑菜)라고도 불린다. 

아욱(왼쪽)과 아욱씨(동규자).

아욱은 음력 정월에 심은 것은 ‘춘규(春葵)’, 음력 6월 7월 즈음에 심은 것은 ‘추규(秋葵)’, 8월, 9월 시기에 심은 것은 ‘동규(冬葵)’라 한다.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가을에 심은 아욱이 겨울을 지나 봄에 씨를 맺은 것을 동규자(冬葵子)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한의학에서는 동규자(冬葵子)를 약재로 쓰고, 같은 아욱의 씨라 해도 춘규자(春葵子)는 약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겨울을 지낸 동규자가 바로 그 차가운 성질의 약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동규자(冬葵子)는 맛은 달고, 그 성질은 차가워서 소변을 원활하게 배출해주어 임병(淋病), 즉 방광염을 치료한다. 또한 윤장(潤腸) 효과가 있어 변비를 치료하고, 하유소종(下乳消腫)의 효능이 있어 모유가 잘 나오지 않거나, 젖몸살이 있을 때도 사용한다.

冬葵子 味甘,性寒。有利水通淋,滑肠通便,下乳之功效。常用于淋病,水肿,大便不通,乳汁不行。 

아욱의 잎에도 동규자와 비슷한 효능이 있다. 국 요리에 사용되는 아욱 잎은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하고, 폐열(肺熱)로 인한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나, 기침을 다스릴 수 있다. 아욱에 함유된 풍부한 칼륨 성분은, 혈관 내 노폐물을 배출하여,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작용을 한다. 아욱 100g에는 칼륨이 426㎎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1일 필요량의 12%에 해당한다.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칼륨 성분이 혈관 내 노폐물 배출을 도와준다. 칼륨 성분은 혈관 내 쌓여있는 나트륨 성분을 배출하는데도 탁월한 효능이 있어 고혈압을 예방한다. 

아욱은 산모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욱은 산모의 붓기를 빼주는 역할과 모유 분비를 촉진한다. 산모에게 미역국과 아욱죽을 번갈아 제공하면 그 효과가 더 좋다. 아욱의 점액질과 플라보노이드 등의 다당류 성분은 염증에 대한 진정작용을 나타낸다. 

아욱에 함유되어 있는 풍부한 칼슘 성분이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골밀도를 강화해주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 아욱 100그램에는 칼슘이 267 ㎎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1일 영양기준치의 38%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렇게 뼈를 튼튼히 함에 따라 성장기 어린이의 성장발육을 돕고, 성인들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이로운 작용을 한다. 

아욱은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다이어트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아욱은 100그램당 37㎉의 저칼로리 열량을 지녔다. 아욱 100그램에 함유된 식이섬유 양은 1일 필요한 섬유질 영양성분 기준치 대비 18%다. 이렇게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여, 변비를 예방하고 개선하는 뛰어난 효과를 지닌다. 

다른 채소에 비해 1년 중 구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서, 신선한 상태로, 주로 국 요리에 이용되는 아욱잎을 손질할 때는, 줄기 껍질의 섬유질을 벗겨내 는게 좋다. 섬유질의 미끈한 즙을 씻어내지 않으면 풋내가 나기 때문에 손질할 때는 쌀뜨물을 사용하면 좋다. 

무더운 여름도 어느덧 사라져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가을 기운을 듬뿍 담은 아욱으로 맛있는 된장국을 끓여서, 건강을 지켜보면 좋지 않을까?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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