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상 진입한 국산 코로나19 백신… 한국인 93명 모집 '난항'

3상 진입한 국산 코로나19 백신… 한국인 93명 모집 '난항'

"부작용 두려움 크고 일상생활에 방해 우려 참여 꺼려"

기사승인 2021-08-21 07:00:01
이미지=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국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에 참여할 한국인 모집이 난제로 떠올랐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이 당국에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하며 완성에 다가섰다는 평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일 GBP510의 3상 임상시험 계획서(IND)를 승인했다. 임상시험은 국내에서 상당수 인구에 접종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백신으로 사용해 GBP510의 면역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내외에서 18세 이상 성인 참여자 3990명을 모집해 3000명에게 시험백신을, 990명에게 대조백신을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수행 기관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경북대학교병원 등 국내 14개 대학병원이다.

임상시험에는 한국인이 최소 93명 참여해야 한다. 식약처는 지난 6월에 발표한 ‘코로나19 개발 시 고려사항’ 가이드라인에서 임상시험 참여자 가운데 한국인의 비율을 10%로 권고했다. 다만 다른 통계학적 지침에 근거해 유동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임상 1상과 2상에서 한국인 260명을 대상으로 GBP510의 면역원성을 분석한 결과를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3상에서는 93명의 한국인 참여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93명은 전체 참여자의 2.3%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모집이 만만치 않은 인원이다.

임상시험은 현재까지 한 번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 정부 올해 2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4종의 백신을 활용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실시해 왔다.

20일 0시 기준 백신 1차 접종자는 누적 2481만2937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체 인구 5134만9116명의 48.3%에 달한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인원은 누적 1110만6027명으로, 전체 인구의 21.6% 수준이다. 잔여백신 접종 수요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8~9월 50세 미만 일반 국민에 대한 접종이 본격화하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한국인은 더욱 빠르게 감소한다.

임상시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국인 참여자 모집의 걸림돌이다.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임상시험 참여를 단념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지난 6월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백신 임상시험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92.3%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21%에 불과했다. 임상시험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33.8%에 그쳤다.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임상시험 정보가 제한적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시험 참여가 불편하다’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임상시험 참여자를 위한 혜택을 고민하고 있다. 개인에게는 임상시험 관련 일정이 있을 때마다 자원봉사 시간을 4시간 인정하기로 했다. 또 임상시험 참여자 증명서를 발급해 정부·지자체 소관의 문화시설 이용 시 비용을 할인 또는 면제할 계획이다.

기업에게는 임직원이 대규모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 임상시험 참여자에 대한 유급휴가·출장 처리 등 제도를 마련하면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 심사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혜택의 효과에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임상시험 참여를 독려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참여자가 얻는 이득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자원봉사 4시간은 헌혈에 1회 참여하면 받게 되는 혜택과 같은 수준이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문화시설의 입장료는 대부분 1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저렴하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혜택 부여는) 임상시험 참여자의 자긍심을 고취할 목적”이라며 비판을 일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임상시험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한국인 93명은 최소한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인원이 증가할 수 있다”며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국내의 각 의료기관에서 참여자를 차질 없이 모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참여자에게는 규정에 따라 기여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며, 부작용이나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해도 절차에 따라 보상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기존 규정 외 추가 인센티브는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자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GBP510는 유전자 재조합 백신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적용해 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체내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표면항원 단백질은 면역세포를 자극해 중화항체 생성을 유도하는데, 중화항체는 인체에 침입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한다. 유전자 재조합 백신은 상용화 사례가 풍부해 안정성이 확보된 기술로 알려졌다. 독감백신, B형 간염 백신, 인유두종바이러스(HPV)백신도 유전자 재조합 백신이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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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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