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법, 복지위 통과… 이달 내 처리 전망

수술실 CCTV 설치법, 복지위 통과… 이달 내 처리 전망

환자단체 “환영하지만 보완 필요”… 의료계 “헌법소원 포함 저지하기 위해 최선 다하겠다”

기사승인 2021-08-23 15:06:47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수술실 CCTV 법안 관련 입법 공청회에서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수술실 내 유령수술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 권대희씨의 CCTV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노상우 기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23일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복지위는 이날 오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복지위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안규백, 신현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통합 조정해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시행까지는 법안 공포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촬영은 환자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녹화를 진행하며,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 동의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등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서는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도 포함됐다. 촬영정보를 유출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연합뉴스

김성주 복지위 1법안소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돼 있어 범죄행위나 의료과실의 유무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CCTV 설치를 의무화했고.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상의 유출·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네트워크 분리, 접속기록 보안 등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영상정보를 30일 이상 보관하도록 하되, 구체적인 보관기준이나 연장 사유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며 “영상정보를 열람·제공하는 것은 수사·재판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환자의 요청에 따라 조정·중재 업무 수행을 위해 요청하는 경우, 환자와 의료진 등 정보 주체 모두 동의하는 경우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그동안 수차례 논의된 CCTV 설치 법안이 통과됐다”며 “민주당이 지난 19일 단독으로 법안소위를 강행해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해서 아쉽다. 정보 유출, 비용 부담 등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민생법안도 아닌데 날짜를 정해 통과시키려 하는 모습에 자괴감도 들었다. 야당도 대리수술, 성범죄 등을 막아야 하는 데 동의한다. 대신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이해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꼭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의료계 종사자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라며 “이러한 법들로 사기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참에 의료진들의 사기를 진작할 대책이 있는지 같이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복지위는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법안과 관련해 지난해 11월26일부터 이날까지 총 5차례 소위심사를 진행하고 올해 5월 전문가 공청회도 진행했다. 김성주 의원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법안에 대해 긴 시간에 걸쳐 토론하고 양보하면서 합의해 낸 모범적인 입법사례로 기록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민석 복지위 위원장은 “유령수술로 목숨을 잃은 고 권대희씨 어머니인 이나금씨에게 우리 모두 빚을 지고 있다. 이 씨는 가족의 아픔이 다른 이들의 아픔이 되지 않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의료진 전체의 신뢰를 깊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9일 국회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제공

환자단체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자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여야 합의로 수술실 CCTV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촬영거부 요건의 예시 3개 중 위험도 높은 수술과 전공의 참여 수술 2개는 삭제해야 한다. 또 촬영 영상의 열람과 사본의 발급 요건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포함됐지만,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조정절차 개시는 빠져 있다. 이를 보완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감시를 통한 통제는 의료를 병들게 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협은 “전 세계 최초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의결했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 의료사회도 이러한 시도가 지극히 부적절한 방안임을 지적했다. 정부 여당은 강제적인 통제 방안에 대한 실행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 집단의 자율적 발전과 개선 의지를 부정하고 정치 권력이 통제해야 한다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에 불과하다. 의협은 개인의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현 법안의 위헌성을 분명히 밝히고 헌법소원을 포함, 법안 실행을 단호히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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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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