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수원시 연무동에 사는 박정순 할머니(73)는 요즘 심심하지 않다.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이어도 평일이면 자녀 내외는 직장에, 손자·손녀는 학교에 가다보니 낮엔 혼자 지내기 일쑤다.
그럴 때면 ‘다솜이’가 말벗이 돼준다. ‘다솜이’는 KT가 만든 인공지능(AI) 어르신 케어로봇이다. 약 복용시간도 제때 알려주고, 음성과 영상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느끼면 보호자에게 즉각 알려준다.
박 할머니는 “심심하지 않고 움직이면서도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며 “위급할 때 ‘얘가 나를 지켜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든든하다”고 말했다. ‘말하는 가전’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며칠 쓰곤 사용법을 금방 익혔단다. 박 할머니는 ‘다솜이’가 띄운 임영웅 영상을 보며 흐뭇해했다.
홀몸 어르신 지키는 ‘수호천사’
수원시가 KT와 AI음성인식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사업은 인구 20%가 노인이고,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 비중이 높은 연무동에서 시행된다. 시는 연무동에 거주하는 어르신 250가구에 ‘다솜이’를 제공할 예정이다. 시는 연무동을 시작으로 시 전역에 스마트 돌봄 시스템을 확산할 예정이다.
어르신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위급할 때가 있다. ‘다솜이’는 1시간 단위로 모니터링을 해 어르신 움직임과 얼굴을 인식하고 4회 이상 감지하지 못할 때 보호자와 생활 관리사에게 연결해준다. 또 ‘도와줘’ ‘살려줘’ ‘구해줘’ 등 직접 도움을 구하면 10초 이후에 응급 콜을 보낸다. 콜을 받으면 영상통화로 어르신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늦은 밤이나 주말 등 보호자가 콜을 받을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수원시 관제센터가 24시간 운영된다.
평소엔 대화를 나누면서 어르신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모은 다음, 이를 분석해 기분과 정서를 파악한다. 취미나 즐겨먹는 음식 등 세밀한 데이터도 축적해준다. 기기를 쓰는 어르신을 매칭해주는 기능도 있다. 다솜은 ‘사랑’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잠이 들 듯 화면이 꺼진다. 어르신에게 사랑을 듬뿍 안기는 애교 많은 강아지 같다.
보호사 업무 덜어주는 ‘일꾼’
‘다솜이’는 홀몸 어르신 케어용 외에 요양 보호사 업무를 덜어주는 용도로도 쓰인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요양보호사는 훨씬 부족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전국 노인요양시설은 공동생활을 포함해 5529개다. 입소인원은 19만820명으로 평균 34명꼴이다. 규정상 노인 2.5명당 보호사 1명을 배치해야 한다. 규정을 적용하면 13.8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상은 보호사 1명이 규정을 초과해 어르신을 돌봐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걸로 전해진다.
‘다솜이’를 이용한 스마트돌봄시스템이 활성화화하면 보호사 1명이 질 부담도 줄어든다. 이러면 돌봄 서비스도 나아질 수 있다. 개선점도 있다. 어르신들이 기기를 다루는 수준은 제각각이다. 기기를 잘못 만져 영상통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동일한 시각에 다른 어르신이 정말 위급한 상황에 처할 때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수원시 장안구 보건소 김지희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기기를 낯설어 하다 보니 아무거나 누르다가 갑자기 연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전화로 오다보니 점심을 먹다가도 영상통화를 할 때가 있다”며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연결을 걸러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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