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에 예의 아냐" "실제 사건 그만"…씨랜드 참사 다룬 '심야괴담회' 뭇매

"유족에 예의 아냐" "실제 사건 그만"…씨랜드 참사 다룬 '심야괴담회' 뭇매

씨랜드 참사, 괴담 소재로 사용해 논란
누리꾼들, 시청자게시판에 "시사프로냐" 항의글

기사승인 2021-08-27 16:16:36
MBC TV '심야괴담회'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MBC 예능 프로그램 '심야괴담회'가 최근 잇따라 실제 사건을 괴담 소재로 방송해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에선 "사건 피해자를 괴담, 귀신으로 엮는 것은 보기 불편하다" "유족에 예의가 아니다" 등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심야괴담회 시청자게시판에는 이처럼 최근 방송을 지적하는 항의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전날 심야괴담회는 지난 1990년 일가족이 칼에 찔린 채 주검으로 발견된 서울 송파구 세 모자 피살 사건을 다뤘다. 자녀의 혈액형과 자신의 혈액형이 다르다며 남편이 반발하자 아내가 자녀들을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9일에는 유치원생 19명과 인솔 강사 4명 등 23명이 사망한 참사인 1999년 씨랜드 화재 사건에 대해 다뤘다. 참사 후 화재 현장 폐건물 보존 임무를 맡게 된 의경이 의문의 소리를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방송 중 무당이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기질 않는다. 그 혼을 달래주지 않으면 사달 날 것"이라고 하는 등의 재연 장면도 나왔다. 제보자가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아 피해자들의 아픔에 안타까움을 전하는 모습과 유족들이 뜻을 모아 세운 한국어린이안전재단에 대한 설명 등도 전파를 탔다. 

지난 12일에는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옆집에 살던 여성의 사연이 다뤄졌다. 3주 연속 실제 사건사고를 다룬 것.

MBC TV '심야괴담회' 시청자게시판 캡처
시청자들은 "당초 프로그램 취지와 다르다"며 "보기 불편했다"고 지적한다. '심야괴담회'의 임채원 PD는 YTN star와 인터뷰를 통해 "씨랜드 참사 이후 논의만 됐던 추모공원 설립이 서둘러 진행돼야 한다는 의도로 방송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시청자의 분노를 가라앉히진 못했다. 

한 시청자는 시청자게시판에 "사건 사고를 다루다 갑자기 공포 얘기를 한다"며 "뭐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씨랜드 화재 사건 방영분에 대해 언급하며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사건인데 이렇게 흥밋거리로 재연하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라며 "실제 사건을 어떻게 재조명해도 피해자 입장에서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냥 편하게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이야기거리로 전락한 피해자의 죽음과 고통에 유족들이 괴로워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 범죄는 유족들의 허락을 받고 방영하는가" "초창기 특별함은 간데없고 초심을 잃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줄" 등의 시청자 의견이 잇따랐다.    

씨랜드 사고 유가족 측도 방송이 나간 뒤 입장을 밝혔다.

고석 씨랜드 참사 유가족 대표는 YTN star에 "며칠 전 직원으로부터 자료 요청이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용될 줄은 몰랐다"며 "19명의 아이들이 참변을 당한 만큼 이 참사가 방송 소재로 사용된 점은 유가족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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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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