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한화생명 e스포츠는 2020 ‘LoL 챔피언스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정규리그를 9위로 마무리했다. 스토브리그 돌입 후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한화생명은 당해 최대어인 ‘데프트’ 김혁규과 ‘쵸비’ 정지훈을 영입했다. S급 두 선수를 영입한 한화생명은 단숨에 우승권 후보로 발돋움했다. 실제로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한화생명은 구단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인 최종 순위 3위를 기록했다.
한 시즌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스프링 당시 우승경쟁을 펼쳤던 한화생명은 올 여름 정규리그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상체에서 많은 선수를 기용했지만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캐리를 당하던 미드 라이너와 원거리 딜러도 힘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팬들 사이에서는 “쵸비, 데프트가 와도 이 팀은 안 된다”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위기의 순간 슈퍼 히어로가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달 15일 한화생명은 여름 정규리그 마지막 상대인 T1에게 2대 0 완승을 거뒀다. 정지훈과 김혁규는 말그대로 하이퍼 캐리를 펼쳤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마지막 기회를 잡게 된다면,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천신만고 끝에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선발전 기회를 얻은 한화생명은 정규리그와는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시즌 내내 부진했던 탑 라이너 ‘모건’ 박기태, 정글러 ‘윌러’ 김정현, 서포터 ‘뷔스타’ 오효성의 경기력이 향상됐다. 부담이 사라진 정지훈과 김혁규는 폭발적인 캐리력을 뿜어냈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리브 샌드박스와의 선발전 1차전에서 김혁규는 시종일관 바텀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굴려나갔다. 그는 ‘바루스’, ‘아펠리오스’, ‘이즈리얼’ 등 각기 다른 챔피언을 선택하면서도 뛰어난 파괴력을 선보였다. 특히 3세트 아펠리오스의 과감한 진입은 해당 시리즈 최고의 백미였다. 모든 선수가 활약했지만, 김혁규의 슈퍼 플레이는 정말로 빛이 났다.
리브 샌박과의 경기서 김혁규의 캐리가 빛났다면, 1일 진행된 농심과의 선발전 2라운드는 정지훈의 롤드컵 진출을 자축하는 ‘갈라쇼’였다. 이날 농심은 ‘르블랑’과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밴하며 정지훈을 집중 견제했지만, 이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정지훈은 이날 1·2세트 ‘아지르’를 선택해 ‘고리’ 김태우를 압도했다. 김태우는 ‘신드라’와 ‘이렐리야’로 아지르에 대항해봤지만, 소용없었다. 3세트 농심은 아지르를 빼앗았지만, 정지훈은 받쳐주는 성향이 강한 ‘갈리오’를 선택해 플레이메이킹부터 딜링까지 모든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미디어 인터뷰에서 김혁규는 "지난 2020 롤드컵에서 마지막 기억이 안 좋았다. 그래서 작년을 생각하면 항상 마지막에 담원 기아에게 패하고 나오던 스테이지가 생각한다. 그때는 '롤드컵게 다시 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다시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며 "정규 시즌 성적이 많이 안 좋았는데, 과정은 더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기분은 조금 더 좋은 것 같다"는 진솔한 심정을 내비쳤다.
정지훈은 “선발전을 통해 진출한 경우는 처음이다. 과정이 조금 힘들었기에 조금 얼떨떨한 느낌”이라며 “선발전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LCK 최고의 선수인 김혁규와 정지훈을 영입해 스프링 3위를 거뒀다. 비록 서머 스플릿 위기를 맞았지만, 봄의 성과로 롤드컵 선발전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김혁규와 정지훈은 건곤일척의 순간 슈퍼스타의 면모를 200% 발휘하며 구단과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이게 바로 ‘쵸프트’를 데려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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