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남양유업 매각을 앞두고 새로운 대주주와 매수인이 팽팽한 대치 구도를 펼치고 있다. 대주주 홍원식 회장은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합의한 선결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매각 계약을 무른 상황. 한앤코도 반박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이를 두고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홍 회장 법률대리인 LKB앤파트너스 측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확약한 것들이 있고 구두계약 일지라도 양자 사이에 협의가 된 것들은 지켜야 한다”며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요식행위가 아닌 법률 행동이다. 입증의 문제가 있지만 우리측에서는 상당한 정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LKB앤파트너스 측은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대한 배려없이 매도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 관계마저 무너뜨렸다”며 “특히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앤코 분위기는 다르다. 한앤코는 “계약은 현재도 유효하며 법원에서도 한앤코 입장을 받아들여 홍 회장의 지분이 임의로 처분되지 못하도록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며 “본 계약 발표 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이라며 한 바가 있다. 8월 중순 이후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종결의 선결 조건이라고 새롭게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과연 누가 말을 바꿔왔는지, 지금까지 그 모든 분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무엇이었는지 숙고해 보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앞서 시민사회에서는 홍 회장의 구시대적 오너 경영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촉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남양유업 홍 회장 일가의 전근대적 전횡 경영, 부끄러운 중견·중소기업의 현실, 반드시 타파해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했다.
경실련 측은 불가리스 사태를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홍 회장의 기자회견은 ‘보여주기식’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리점 밀어내기 파문, 회장 외조카의 마약 투약 추문, 올해 초에는 자사가 생산 판매하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효과가 있다는 거짓 홍보 논란까지. 그간 남양유업이란 기업이 보여준 행태는 스스로가 내걸고 있는 ‘세계 제일의 식품회사’로의 도약이란 지향과는 매우가 거리가 먼 것”이라며 “중견·중소기업의 부끄러운 현실에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 정부와 기업, 시민이 함께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는 기업과 기업인을 만들어나가야 함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회장직 유지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경실련 측은 “홍 회장은 최근까지도 회사에 출근을 계속했고, 상반기 보수로 8억800만원도 수령했다고 한다. 횡령 의혹을 받던 첫째 아들은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둘째 아들은 ‘외식사업본부장 상무’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며 “남양유업과 관련 기업이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절망과 낙담을 할 수밖에 없다.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제대로 된 조사와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매각 논란에 점주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한 남양유업가맹점 관계자는 “불가리스 사태 이후 20~25% 정도 매출이 줄어든 상태”라면서 “눈물의 기자회견은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외면은 계속될 것”이라며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기업 쇄신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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