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한 ‘근로감독관 갑질보고서’가 지난 3일 공개됐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월1일부터 지난 6월30일까지 제보를 접수했다. 접수 사례는 총 179건이다. 갑질 유형별로 살펴보면 늑장처리 73건(40.8%), 불성실 조사 59건(33%), 부적절 발언 31건(17.3%), 합의·취하 종용 16건(8.9%)순이었다.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에 따르면 진정 사건의 처리 기간은 25일이다. 추가로 25일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늦어도 접수된 날로부터 50일 안에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50일 이후에도 연장이 필요한 경우, 신고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매월 1회 이상 전화로 처리 지연 사유 등을 통보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진정 접수 후 9개월 동안 결과 통보를 못 받는 사례도 있다.
근로감독관의 합의 종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합의 종용 이유는 △사건을 서둘러 종결해 담당 사건 수를 줄이려는 목적 △명확한 법리 해석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분석됐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의 종용에 따라 합의하게 되면 진정인과 피진정인 모두 일정 부분 양보가 필요해 그 과정에서 흥정 아닌 흥정이 발생한다”며 “받지 못한 급여를 전부 받고자 진정을 진행했음에도 합의하게 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근로감독관이 진정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나무란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한 노동자는 지난 6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근로감독관은 ‘회사의 의견은 변호사와 노무사의 자문을 거친 것’이라며 사측의 입장을 비호했다. 진정인이 시정명령과 불리한 처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해달라고 재차 요청하자 근로감독관은 “그러면 당신이 직접 근로감독관을 하세요”라고 고성을 질렀다. 근로감독관이 직장 내 성희롱 사건 관련 가해자 대질조사 등으로 2차 가해를 조장·방관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개선방안은 없을까.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 전문성 강화 △근로감독관 증원 및 명예근로감독관 도입 △사건 처리 전면 혁신 △근로감독 전면 개편 △행정해석 전면 개정 및 신고자 보호 등을 꼽았다. 직장갑질119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1일 기준, 근로감독관은 2421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사건 접수 건수는 194건이다. 평균 처리일수는 43.9일로 확인됐다.
임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노동자들은 침해된 권리의 구제, 인권의 회복을 기대하며 노동청을 방문한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의 불성실하고 소극적인 행정처리로 인해 더 상처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노동자들의 바람이 적극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근로감독관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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