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시공사 교체가 발생하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시공사가 수주 당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시공사 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를 위해 무리하게 약속한 공약들이 시공사 교체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 12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전날 “지난 일요일 총회를 개최해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며 “DL이앤씨에 곧 계약해지 사실을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배 6구역은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일대에 정비구역 면적 6만3197㎡에 진행되는 재건축 사업으로 △지하 4층~지상 22층 △16개동 △총 1097세대로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이 사업을 수주해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현재는 이주와 철거가 마무리된 상태다.
조합원의 목소리는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될 당시 제시한 무상 특화 설계 공약들이 주택 규제에 무산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도로폐쇄·브릿지·통합주차장 등 무상 특화 설계가 실제 사업계획에 반영되지 않자 책임을 물어 먼저 조합 임원진을 해임했다. 이어 DL이앤씨가 실현가능성 없는 입찰제안서를 제시해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DL이앤씨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자 즉각 반발했다. 특히 DL이앤씨가 특화설계가 무산된 부분을 차감하고 공사비를 증액했다고 주장하자 세부내역을 요구하며 반대했다. 결국 DL이앤씨가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못 하면서 협의가 평행선을 달렸고, 조합원들은 시공사 해임 결정까지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DL이앤씨 관계자는 전날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공사비 부분에서 너무 이견이 컸다”며 “아직 조합 측에서 공식 통보 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임 불복에 따른) 소송은 법률적 검토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 당시 건설사가 제시한 사업제안서가 달라지면서 시공사 교체에 나선 곳은 비단 방배6구역만은 아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원들도 지난해 5월 조합 임원진과 시공사 해임을 결정했다.
흑석9구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초 롯데건설이 제시한 28층, 11개 동 설계가 주택 규제에 따라 25층, 16개 동으로 변경되면서 조합원들이 반발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롯데건설에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사용을 요구했지만 롯데건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공사 해임 결정을 내렸다. 이후 법적 소송과 재협상 등이 추진됐지만 시공사 해임 결정에 변화는 없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느 공사 현장이나 공사비 또는 브랜드 적용을 두고 마찰이 있다”며 “건설사에서도 조합원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주기위해 노력하지만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 내부의 갈등도 시공사 교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제시한 사업계획이 조합원들의 반발과 시공사 교체를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공약을 바탕으로 조합원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충분한 기회도 시간도 없다보니 무리한 공약을 내걸고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면서 “무리한 공약이 조합원들과의 신뢰 관계를 해치면서 결국 시공사 교체까지 이르게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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