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잡코리아가 20-29세 청년 6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생활비 부족으로 인해 끼니를 챙기지 못한 경험이 있다. 2021년 오늘날 빈곤으로 인한 결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청년흙밥보고서의 저자인 변진경 기자 역시 2-30대의 높은 결식률과 위태로운 건강권, 청년빈곤을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들 속에는 꼭 한명씩 편의점에서 서성댄 청년이 있었다.
2021년이다. 국가 경제 규모와 부를 뽐내고 뛰어난 기술력과 방역 시스템을 앞세워 대내외적 지위를 과시하는 오늘날, 한국에는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른 청년들이 존재한다.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음식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식비절약 방법 꿀팁’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소위 ‘폐기 찍은’ (유통기한이 갓 지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탈 나기를 반복한다. 내가 목격한 청년의 얼굴은 이렇다. ‘MZ세대’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어떤 청년을 보고 힙스터 문화, 독특한 소비문화, 가치관 등을 추측해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직접 본 청년의 얼굴은 한 식재료를 두고두고 먹으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을 궁리해야 하는 ‘짠내’나는 삶, 폭언과 부당노동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삶이었다. 힙하지도 않고 다른 어떤 선택보다 생존의 가치를 앞세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
”편의점도 사치야“ 누군가는 돌도 씹어먹는 나이다, 젊을 때 아니냐, 너 때는 끼니 좀 안 먹는다고 안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당신들이 말하는 그런 끼니조차 사치인 삶이 있다. 끼니 안 먹어봤더니 정말 이러다 큰일 나겠다고까지 생각했던 사람이 있다. 취재한 20대 인터뷰이 중 한 명은 편의점도 사치라고 말한다. 달고나 간식을 먹고 싶지만 그걸 사기도 아까워 집에서 설탕을 태워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루 한끼, 그것도 라면으로만 연명한 적도 있다. MZ세대는 어떻게 밥을 해 먹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빈곤 청년의 고민이다.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버티는 드라마 같은 청춘을 예상했겠지만 실상은 그것보다도 더 심각하다. 편의점 식사마저 사치다.
길을 지나가다 ‘편스토랑’이라고 적힌 홍보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편의점’+‘레스토랑’의 합성어로, 편의점 내 즉석식품이나 상품으로 정말 식당 음식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일컫는다. 그러나 ‘편스토랑’이라는 그 단어가 조금은 기묘하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그 편의점도 이미 레스토랑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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