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안해서합니다] 오징어 게임만 있나, 달팽이 놀이도 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오징어 게임만 있나, 달팽이 놀이도 있다

기사승인 2021-10-06 06:05:01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쿠키뉴스] 정윤영 기자 = 뽀로로가 어딨습니까. 라떼는 골목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다였죠. “친구야 노올자” 큰 목청소리에 하나 둘 모여드는 아이들. 해지는 줄도 모르고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하기 바빴습니다. 왕 딱지 하나에 세상을 가진 듯했던 시절. “그만 놀고 저녁 먹자”라는 말이 야속했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지난달 1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 속 전래놀이가 화제입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등 단순하면서도 재밌는 한국 전통놀이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게임 외 다른 전래놀이는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았습니다. ‘달팽이 놀이’, ‘고누’, ‘땅재먹기’를 직접 해보고, 난이도와 필승법, 소감을 담아봤습니다.

달팽이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달팽이 껍데기 모양을 따라 뛰고, 상대편을 만나면 가위바위보를 해 승자를 정한다.


달팽이 놀이

난이도 ☆☆☆★★  활동량(체력) ☆★★★★

먼저 달팽이 놀이입니다. 달팽이놀이는 나선형의 놀이 판을 그려 놓고 하는 놀이로 그 모양이 달팽이를 닮아 달팽이 놀이라고 불립니다. 인원을 두 편으로 나누고 가위바위보를 해 상대 집을 차지하는 편이 이기는 놀이입니다.

운동장 바닥에 달팽이 등껍질 모양의 3m 너비 나선형 원을 그립니다. 한 편은 안쪽에 있는 집에 줄 서고, 나머지 한 편은 바깥쪽 집에 줄 섭니다. 신호가 떨어지면 각 팀의 첫 번째 주자가 동시에 나선형 모양을 따라 달립니다. 계속 달리다 보면 둘이 만나게 되는데 이때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이긴 사람은 원래 뛰던 방향으로 계속 뛰고, 진 사람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같은 편 줄 맨 뒤에 섭니다. 진 팀의 다음 타자가 집에서부터 뛰기 시작합니다. 진 팀의 두 번째 주자가 상대팀 첫 번째 주자를 만나면 멈춰 서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이긴 사람은 계속 상대편 집을 향해 뜁니다. 상대편 집에 먼저 들어가는 편이 이기게 됩니다.

달팽이 놀이는 단순한 규칙을 가지고 있지만, 마냥 쉽지 않습니다. 가위바위보를 잘하고, 지구력이 좋아야 이길 수 있습니다. 달팽이 놀이 판은 나선형으로 돌면서 점점 그림이 커지는데 결국 하나의 길에서 상대편과 만납니다. 놀이 판을 따라 뛰다 보면 어지럼증이 느껴지는데 이 또한 재미 요소입니다.

밭고누를 하고 있는 모습. ‘말’인 돌을 전후좌우로 움직이고 있다. 


고누


난이도 ☆☆★★★  활동량(체력) ☆☆☆☆★

고누는 땅이나 종이, 나무판위에 말밭을 그려 놓고 하는 놀이입니다. 밭고누·사발고누·우물고누 등 여러 가지 놀이 방법이 있습니다. 유래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고누는 역사가 오래됐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김홍도의 풍속화에도 나무꾼 소년들의 고누놀이 장면이 등장합니다.

고누 중 밭고누를 해봤습니다. 밭고누는 가로 세 줄, 세로 세 줄(3X3) 모양의 사각형 선 안에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끝 쪽 선에 말을 놓고 번갈아 가며 한 번씩 말을 이동해 진행합니다. 이때 말은 선을 따라 전후좌우로만 갈 수 있습니다. 말로 쓸 돌은 3개씩 총 6개가 필요합니다. 3개는 따로 표시해두어 상대방 돌과 차이를 두었습니다. 상대편의 말 3개가 모두 갈 곳이 없도록 막으면 이기는 놀이입니다.

밭고누는 한 게임당 10분 정도 걸립니다. 나뭇가지를 활용해 바닥에 3x3의 사각형 모양을 그리고, 양 끝에 돌을 두고 준비를 마쳤습니다. 체크무늬 판과 말을 이용해 두 사람이 펼치는 게임인 ‘체스’와 비슷하지만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아홉 군데인 고누는 더 간단합니다.

상대편 말을 오갈 곳 없는 궁지에 몰아넣어야 하므로 수를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의 전략도 빠르게 파악해야 합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닙니다. 궁지에 몰리더라도 언제든 다시 공격의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예측불허 놀이입니다.

땅재먹기를 하는 모습. 엄지손가락을 튕겨 보낸 돌이 집에 들어가야 한다.


땅재먹기

난이도 ☆★★★★  활동량(체력) ☆☆☆★★

다음은 땅재먹기입니다. ‘땅따먹기’, ‘땅뺏기’라고도 불리죠. 전국 각 지역에서 행해졌던 야외놀이입니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서울·전라북도 등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으로 놀이를 해봤습니다.

먼저 운동장 바닥에 원 또는 네모를 지름 1∼2m 정도의 크기로 그려놓아 경계를 정해놓습니다. 그 안에서 각각 자기 뼘으로 반원을 그려 집을 정합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순서대로 공격합니다. 지름 1~2㎝의 둥글납작한 돌이나 병뚜껑 모두 말로 쓸 수 있습니다. 말을 가지고 엄지손가락으로 세 번 튕깁니다. 마지막으로 튕긴 말이 자기 집으로 되돌아오면 ‘뼘 재먹기’를 통해 땅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뼘 재먹기는 자기 집과 집 사이, 자기 집과 벽(경계) 사이의 길이가 한 뼘이 되면 자기 땅으로 포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땅을 계속 넓히다가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한 사람이 이깁니다.

땅재먹기는 3가지 놀이 중 가장 난이도가 높습니다. 엄지손가락으로 말을 튕기기 쉽지 않아 충분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말이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해서 거리를 가늠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때문에 엄지손가락 힘 조절이 이 게임의 필승 전략이라고 할 수 있죠. 아쉽게도 아스팔트 가득한 도시 환경 탓에 땅재먹기는 현재 전승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전래놀이를 하는 동안 어린 시절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나뭇가지와 돌, 주변에 널려 있던 모든 재료가 최고의 장난감이었습니다. 친구만 있다면 휴대전화와 컴퓨터가 없어도 항상 즐거웠죠. 하루가 어느 때보다 짧았던 그 순간, 여러분은 기억나시나요.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