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하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우리가 오전 10시 전 도착하였으나 이미 주차장은 거의 꽉 차 있었다. 가을 나들이 철 강원도 인제 백담사를 관광하고 내설악산 탐방길을 걷거나 봉선암까지 등산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백담사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백담사에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가서 백담사에 도착했다. 중형 셔틀버스를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편도 1차선 좁은 길을 능숙하게 운전하였다. 물론 중간에 서로 비껴갈 수 있는 곳이 있었지만 이곳 주민이 아니면 도저히 운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백담사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이 경내와 계곡 등에서 가을을 느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직 단풍은 시작되지 않아 아쉬웠다. 백담사 경내를 둘러보고 만해 한용운 박물관에 가서 집중하여 관람하였다. 한용운 박물관과 시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님의 침묵’을 조용히 읊조려보았다. / 은 한 박자, // 은 두 박자, /// 은 세 박자 쉬면서 소리 내어 낭독하고 행을 바꿀 때에는 최소한 세 박자 이상 느긋하게 쉬고 낭독하면 더욱 좋다.
님은 / 갔습니다. // 아아, / 사랑하는 나의 님은 / 갔습니다. ///
푸른 / 산빛을 깨치고 //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 작은 길을 걸어서 /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
황금의 꽃같이 /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
나는 /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 걷잡을 수 없는 / 슬픔의 힘을 옮겨서 /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
우리는 /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 사랑의 노래는 // 님의 침묵을 /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의 일생을 둘러보면서 우리 역사의 질곡에 대하여 돌아보았다. 지금도 일제 식민지에서 친일 행적을 한 사람들의 공과(功過)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역사 인식에 대한 극단적인 차이로 계승과 적폐 청산 둘로 나누어진 국론 분열에서 통합과 화합의 길로 가는 방안을 찾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고 논의와 토의를 하여야 할 것 같다. 한용운 시인이 말하는 ‘님’은 누구일까?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 부모님과 형제자매일까?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일까? 성숙한 삶과 문화를 추구하며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회원일까? 인생 후반전을 선교사로서의 삶을 함께하는 자카르타 국제대학 공동체일까? 나는 모두가 ‘님’이라고 생각하며 백담사 박물관을 나왔다.
백담사계곡은 생각보다 폭이 훨씬 넓다. 누군가 계곡에 있는 돌로 탑을 쌓기 시작하여 여기저기에 탑이 많이 있어 보기에 좋았다. 아내가 누군가 먼저 쌓아놓은 탑 위에 작은 돌 하나를 올려놓고 무척 좋아했다. 나는 성경에 나오는 물맷돌 5개를 준비한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이야기가 생각났다. 왜 다윗은 물맷돌을 5개를 준비하였을까?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의 기개와 용기를 생각하며 내가 준비할 물맷돌이 무엇인가를 묵상했다. 나는 인생 후반전을 의미 있게 보내려고 선교사의 길을 선택하였다. 따라서 말씀 묵상과 기도가 첫 번째 물맷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갈고 닦은 전공지식이 중요하며 경륜과 경험도 잘 사용하려고 한다. 넓은 마음과 협력하는 마음으로 나를 내세우지 않고 겸손과 온유로 협력선교를 하려고 한다. 나보다는 공동체의 덕과 유익을 끼치는 삶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백담사계곡을 산책하였다. 제한된 시간으로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백담사를 내려와서 이른 점심식사를 하였다. 주차장 부근에 몇 개의 식당이 있어서 아내가 선택한 산사가든으로 가서 황태구이정식과 더덕구이정식을 주문하였다. 여러 가지 밑반찬에 구이와 표고버섯솥밥을 제공하여 맛있게 먹었다. 특히 가시오카피 잎으로 만든 나물이 기가 막히게 맛이 있어서 2번이나 추가하여 먹었다. 포고버섯솥밥이 따끈따끈하게 지어져 나와 잘 먹었다. 가격이 15,000원으로 가성비가 매우 좋았다. 1시가 되면서 단체 손님이 많이 찾아 무척 붐볐다. 우리 부부는 조금 일찍 서둘러 여유롭게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면서 현지 주민이 팔고 있는 배추 8포기를 10,000원, 강낭콩 1되를 10,000원, 옥수수 알 1되를 10,000원 그리고 찐 옥수수 5개를 5,000원에 구입하였다. 할아버지께서 덤으로 주어서 고맙게 받았다. 시골 여행을 하면서 현지 농산물을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내가 이른 김장을 하여 몇 사람과 나눈다고 말하여 감사했다.
주차장을 나와서 인제 ‘꽃길만을 걷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용대리 1821-2로 갔다. 약 4km에 있어 쉽게 도착하여 축제 현수막과 안내 표지판을 보면서 축제가 기상악화로 중단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래 10월 24일까지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왔는데 조금 실망하였다. 자유롭게 관람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어서 행사 안내 동선에 따라 걷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16일과 17일, 64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 때문에 정성껏 기르고 가꾼 꽃들이 시들었다. 국화를 정말 많이 준비하였으나 거의 모든 화분의 국화꽃들이 추위로 사그라졌다. 사진으로 보았던 보라색 마편초의 꽃 색깔이 검게 되어 보기에 좋지 않았다. 나는 이상기후가 이렇게 꽃 축제를 망치는 것을 보며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해 보았다. 인간의 한계를 실감하며 더욱 겸손히 살며 하나님의 뜻에 순응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을 내어 산책길을 걸으며 작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물이 정말 깨끗하고 맑았다. 한참 걸었더니 시들지 않은 국화꽃 화분이 놓여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숲에 있는 나무와 계곡물이 추위를 막아주어 국화가 시들지 않았던 같았다. 아름다운 인공폭포와 주변 국화꽃 화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산책길을 많이 걸었다. 12선녀탕이 있다는 안내표지판을 보고 한참 가도 나오지 않아 중간에서 되돌아왔다. 아내와 함께 집을 향하여 오후 3시 경에 출발하여 오후 5시가 넘어 도착하여 씻고 휴식을 취하면서 오늘의 일정이 멋있었다고 생각하며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