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는 그런 곳이다. 갈등과 우정이 공존하고, 경쟁하는 상대를 응원할 수도 있는 곳. 립제이는 ‘맨 오브 우먼’ 미션 이후 프로그램을 떠나며 한때 적수였던 피넛에게 “다치면 안 돼”라고 속삭였다. 아이키는 자신이 속한 크루 훅이 ‘K팝 4대 천왕’ 미션에서 경쟁 팀 코카N버터를 큰 점수 차로 앞지르자, 곁에 앉은 코카N버터 리더 리헤이를 토닥이며 말없이 그를 위로했다. 모니카는 유튜브 조회수와 좋아요를 높일 전략으로 연예인을 초대한 크루를 보며 “왜 직업 아이덴티티를 생각 못 하는 거지?”라고 쓴 소리를 하면서도, 그들의 과정과 노력에는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줬다. 경쟁, 우정, 갈등, 성장, 자신감, 승부욕, 리스펙트가 뒤엉킨, 뜨겁고도 아름다운 여자들의 세계다.
지난 8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구도를 연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서 출발한 ‘스우파’가 축제 분위기로 종영할 수 있었던 힘은 여기서 나왔다. 상대와 겨루되, 상대의 실력과 노력을 자신의 그것만큼이나 인정하고 존중하는 댄서들의 태도는 ‘여자들이 싸운다’는 문장 뒤에 따라붙던 ‘기 싸움’ ‘캣 파이트’ 등의 이미지를 단호히 끊어냈다. 방송 초반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짜깁기해 불화를 꾸며내던 연출도 후반부로 갈수록 크루들 간 응원과 우정을 보여주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갔다.
라치카가 최종회 ‘컬러 오브 크루’ 미션에서 선보인 무대는 지난 2개월 간 ‘스우파’ 댄서들이 지나온 여정을 함축해 보여준다. 각자 손에 쥔 결선행 티켓을 훔쳐보거나 빼앗으려던 댄서들은 이내 티켓을 찢은 뒤 황금색 드레스 차림으로 변신해 자유롭게 몸을 흔든다. 라치카는 이 무대에 ‘견제로 시작했으나 끝내 화합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맞붙어 싸우면서도 서로를 짓밟지 않는 이야기,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도 승패나 순위로 자신의 가치를 정의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가 즐거운 춤을 타고 퍼진다.
허니제이는 말했다. “대한민국 댄서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가 돼 있었어요.” ‘스우파’를 되새기며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돼 있는,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 다른 여성들을 상상한다. ‘스우파’의 댄서들이 그랬듯, Mnet ‘언프리티 랩스타’와 ‘퀸덤’, ‘굿 걸: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 출연자들이 그랬듯, 마땅한 찬사를 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얼마나 많을지 떠올린다. 만약 ‘제2의 스우파’를 꿈꾸는 제작자가 있다면, 그 방향은 ‘생존’과 ‘탈락’이 아닌 ‘충분한 관심’과 ‘제대로 된 기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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